최근 일본에서 가장 조명을 많이 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이 고이즈미 신지로(44) 농림수산상이다. “쌀은 팔 정도로 많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에토 다쿠 전 장관의 후임으로 발탁되자마자 ‘반값 비축미’를 관철하는 등 쌀값 안정을 위해 연일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그는 젊은 나이와 준수한 외모 말고도 ‘4차원 발언’으로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환경상 시절 기후변화에 “즐겁고(Fun),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 사례가 특히 유명하다. 한국 네티즌은 이 답변의 앞 글자에 자신을 높여 이르는 ‘본좌’(本座)를 붙여 그에게 ‘펀쿨섹좌’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것 말고도 동어반복이나 엉뚱한 답변이 많아 ‘고이즈미 어록’이 존재할 정도다. 일본 언론들은 언어학자들을 취재해 그의 표현 방식을 분석하곤 한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그에게 “당신이 총리가 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지적 수준이 낮아 창피를 당하지 않을까 다들 걱정하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일본의 국력 저하 아닌가”라는 프리랜서 기자의 질문이 나올 만큼 조롱을 받기도 했다.
16일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 2∼8일 전국 슈퍼마켓에서 판매된 5㎏짜리 쌀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48엔 떨어진 4176엔(3만93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여전히 1.9배 가격이지만 3주 연속 하락이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비축미 방출이 쌀값의 본격적인 인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자민당 내 농림족 의원들, 농산물 유통을 장악한 일본 농협(JA전농) 등 기득권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노무라 데쓰로 전 농림수산상은 고이즈미 장관을 향해 “(반발을 무릅쓰고 우정 민영화를 추진했던) 아버지를 닮아 정부 관료들이 곤란해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그러나 비축미 전매(되팔이) 금지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주식용 수입 쌀 입찰을 예년보다 3개월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면돌파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