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오찬회동을 제안했다. 원 구성 및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한 양당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늦어질 것을 우려한 이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선제적으로 대야 설득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을 접견한 뒤 취재진에 “이 대통령이 정치 회복을 위해 여야 원내대표를 오찬에 초청했다”며 “시기는 국민의힘과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미정”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가 19일 국무회의를 거쳐 추경안을 국회로 보내면 서둘러 처리해 줄 것을 우 수석이 요청했다고도 전했다.
첫 정상외교에 나선 이 대통령이 귀국도 전에 참모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녹록지 않은 여야 협상 전망과 관련이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공석인 법제사법·예산결산·운영·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중 법사위와 예결특위를 양보할 것을 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 상임위는 쟁점법안과 추경안 처리, 나아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한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초기 국정동력을 뒷받침해야 하는 민주당이 해당 상임위를 야당에 양보하기란 쉽지 않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의 첫 상견례에서도 상임위 등 쟁점을 둘러싼 신경전이 감지됐다. 김 원내대표는 송 원내대표에게 “경제가 흔들리고 민생은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면서 “정치는 늦으면 ‘무책임’이라는 비난을 받는다”고 했다. 향후 조속한 추경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송 원내대표는 ‘협치 회복’으로 맞대응했다. 송 원내대표는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갖고 2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짐으로써 입법권의 상호 균형을 통해 민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법안들이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로 처리해 온 것이 국회의 오랜 관행”이라고 했다. 그는 “운영위는 여당이 (위원장을) 하고 예결위는 야당이 하는 부분도 오랫동안 지켜온 정신”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과 김 원내대표가 중점 입법 과제로 제시한 상법 개정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태세다. 아울러 공석인 일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원 구성 시한을 본회의가 열리는 19일로 제시했다. 야당이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개인 채무 관련 의혹이 제기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바라보는 야당 시각이 곱지 않아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송 원내대표는 강 실장과 우 수석을 접견하며 김 후보자에 대해 “국민들이나 국민의힘에서 생각하는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사 아닌가 걱정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 그 당시 여당이었던 우리 당의 인사에 대해서 비판했던 그 기준과 원칙을 민주당과 정부에서 그대로 수용한다는 생각으로 한번 봐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송 원내대표는 “경제가 매우 위중한 상황인데, 경제를 제대로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를 잘 아는 분이 공적인 지위에서 자리를 (맡아) 하면서 국민과 기업을 잘 이끌고 가야 한다”며 “경제를 잘 아시는 분이 인선에는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