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미얀마 친구가 생일을 맞았다. 그 친구가 한국에 온 지가 1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생일이 한국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이다.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언니들은 그날 뭐 먹고 싶어?”라고 물었다. 그 순간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여기는 미얀마가 아니야. 한국에서는 생일을 맞으면 우리가 너에게 밥을 사 주고, 선물도 주고, 축하해 주는 거야. 너는 공주님처럼 나타나기만 하면 돼”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 눈빛 속의 당황스러움과 신기함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면 나도 한국에서 첫 생일을 맞이했을 때 그 친구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의 모국인 미얀마에서는 생일은 ‘주는 날’ 혹은 ‘감사와 나눔의 날’이다. 생일을 맞은 사람이 친구나 이웃, 때로는 낯선 이들에게까지 음식과 마음을 나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큰 생일 파티를 열어 동네 사람 모두를 초대하고 음식을 대접하고, 어떤 사람들은 고아원, 양로원, 사찰, 교회 등에 기부하거나 봉사함으로써 그날을 기념하기도 한다. 불교의 영향과 함께 세계 기부 순위가 1위였던 미얀마에서 생일은 나를 위한 날이지만 나눔을 실천하는 날이기도 하다.
내가 10살 때 경험한 생일이 기억난다. 부모님은 부유하진 않았지만 내 생일을 위해 미리 준비하신 돈으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반 친구 50명과 선생님들께 미얀마식의 찐빵과 밀크티를 대접하셨다. 그날 친구들은 나에게 선물을 주었고 선생님들은 축하의 덕담을 해주셨다. 그런 문화 속에서 자란 나는 어른이 되어도 생일이 되면 가까운 친구들에게 밥을 사기 위해 미리 돈을 모았다. 작년 생일에는 미얀마의 내전 상황 속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는 피란민 어린이들에게 밥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는 후원금을 보내며 그날을 기념했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