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의 첫 정상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이 먼저 양자회담장에 입장해 이시바 총리를 기다렸고 이시바 총리가 곧 회담장에 들어섰다. 이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를 배려해 태극기가 놓여 있는 상석인 오른쪽 자리가 아닌 일장기 앞 왼쪽에 자리 잡았고, 이시바 총리가 들어오자 “어서 오십시오”, “고생하십니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시바 총리가 자연스레 태극기 앞에 자리를 잡으면서 두 정상은 상대국 국기 앞에서 악수하고 사진 촬영을 마친 뒤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가깝고도 먼 나라’,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이라고 표현하며 작은 차이, 의견 차이를 넘어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고, 도움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우호적으로 이뤄졌다. 협력관계로 나가자는 데 대한 시그널이고 좋은 출발점”이라며 “격의 없는 대화와 서로의 방문에 대해서도 우호적 대화가 나왔다. 오고 가는 일도 빈번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셔틀외교 재개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양 정상 간 대화에서 과거사 문제가 언급됐느냐는 질문에 “과거라는 말이 안 나온 건 아니다. 과거라는 말이 나오긴 나왔는데, 그게 쟁점을 위주로 과거를 얘기한 건 아니다”며 “과거의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가고 협력의 문제를 더 키워서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꾸려나가자, 그런 말씀들이 있었다. 대체로 공감을 이뤘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를 덮고 가자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덮어 두자고 말을 하거나 덮어 두자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라며 “저희가 가진 입장은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논한다. 그러나 과거의 문제가 현재와 미래의 협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G7 정상회의를 마무리하며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와 이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일·한(한·일)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양국 정부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추진해 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핵·미사일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함한 대북 대응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일·한, 일·미·한(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해갈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회담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민감한 쟁점도 언급되긴 했지만 논의의 초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두 정상이 한·일 협력 강화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데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