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 이병한/ 서해문집/ 1만8500원
현장 중심의 문명 탐사기 ‘유라시아 견문 1, 2, 3’으로 남다른 사유와 인문학적 상상력의 지평선을 보여준 저자는 “미국은 대체 왜”라는 새로운 질문에 통찰력 있게 답한다. 18세기 이상적 국가를 건국하자는 일념에서 시작된 미국이 21세기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어떤 새로운 문명사적 갈림길에 서 있는지 조명한다. 저자는 이를 ‘뉴-아메리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전 세계의 미래와도 직결된다고 본다. 막힘없이 써내려간 듯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저자는 미국 사회의 심층적 갈등과 시대적 과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내재적 관점으로 지금 미국을 움직이며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인사 4명을 지목한다. 페이팔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이념적 대부 피터 틸, 우주 개척을 꿈꾸며 미래 문명을 설계하는 일론 머스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국가 시스템의 개편을 추진하는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 미국 정계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한 부통령 J D 밴스다. 피터 틸의 행정국가 해체, 일론 머스크의 우주 개척과 초가속주의 기술관, 알렉스 카프의 데이터 중심 국가개혁, J D 밴스의 새로운 민족주의적 비전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나 기술적 혁신을 넘어 근본적인 미국의 사회·문화적 재편을 암시한다.
이들이 미국을 바꾸기 위해 전개하는 전쟁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워싱턴의 기성 엘리트 체제와 벌이는 정치전쟁이다. 이는 단순한 정당 간의 대립이 아니라,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틸은 선출되지 않은 관료 체제를 ‘딥스테이트’로 규정하면서 이를 기술 기반의 효율적 통치 시스템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머스크 역시 ‘화장실 성별을 놓고 국가적 논쟁을 벌이는 현재의 미국으로는 화성에 가지 못한다’는 극단적 전망 속에 정치 개입을 통해 과학기술 진보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