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로 조사받던 가해자가 경찰의 신변보호를 뚫고 피해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달아 충격을 주고 있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지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인천의 60대 남성이 그제 구속됐다. 지난 10일 대구에선 스토킹 범죄 구속영장이 기각된 40대 남성이 불구속 수사를 받던 중 피해자를 살해했다. 지난달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도 30대 남성이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 등을 어기고 전 여자친구를 살해했다. 스토킹 가해자는 갈수록 치밀해지는데 경찰과 법원의 대응은 허술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021년 1만4509건에서 지난해 3만1947건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그런데도 경찰 직권으로 피해자 주거지 100m 접근금지를 명령하는 ‘긴급응급조치’나 법원의 ‘잠정조치’는 사실상 가해자의 자발적 협조에 기대고 있는 수준이다. 잠정조치 위반 건수가 2022년 533건, 2023년 636건, 2024년 877건으로 느는 걸 봐도 그렇다. 불구속 상태에 있는 가해자가 마음먹고 비정상적 수단을 동원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경찰의 신변보호엔 한계가 자명하다. 잠정조치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