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콘서트홀이 항도(港都)의 새로운 자부심으로 나래를 펼쳤다.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과 그가 조직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이 지난 20∼21일 개관 무대에서 연주됐다. 22일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가 오랫동안 정통 클래식 콘서트 무대를 기다려온 부산 시민들을 감동시켰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바흐의 장엄한 ‘토카타와 푸가’로 파이프오르간 사운드를 삼남(三南)지역에 처음 울려 퍼지게 했다.
◆마에스트로의 APO
개관 페스티벌 주역은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APO였다. 21일 개관 콘서트에서 울려 퍼진 이들의 ‘합창’에는 아시아의 새로운 클래식 중심으로 웅비하려는 신생 콘서트홀 의지와 비전이 응축돼 있었다.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정명훈은 “아시아 최고 오케스트라의 탄생을 부산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거장의 예언대로 APO는 대곡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빼어난 연주실력을 보여줬다. 특정 기간에만 ‘헤쳐 모여’ 식으로 운영되는 페스티벌오케스트라로서 합을 맞춰볼 시간이 많지 않았을 텐데도 충분한 기량과 화음이 돋보였다. 특히 정명훈의 섬세한 지휘에 호응하려는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이 가득 실린 연주는 APO의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부산콘서트홀의 개성
갓 딴 와인처럼 신생 콘서트홀도 안정된 소리와 제 개성을 찾기까지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다.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가 건축설계하고 오양기 목포대 교수가 건축음향을 설계한 부산콘서트홀은 외관만큼이나 음향 개성도 뚜렷했다.
대·소편성 기악곡, 성악, 파이프오르간 연주 등을 고루 들어본 결과 기존 국내 연주장보다 풍부한 고음·저음으로 현장성이 강조된 음색이 만들어졌다.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퍼져나가는 데 중점을 둔 설계여서 오르간 앞 합창석에서 나오는 합창에 콘서트홀이 잘 응답했다. 조성진과 APO의 완전무결했던 ‘황제’ 협연에선 탄성이 나올 정도로 생생한 연주음이 객석에 전달됐다.
시민공원 푸른 정원 속에 자리 잡은 부산콘서트홀은 외관은 물론 콘서트홀 내부까지 벽돌을 쌓아 올려 만들었다. 무대를 중심으로 객석이 포도밭처럼 펼쳐진 2011석 규모의 홀 잔향시간은 2.3초. 소리가 소멸(-60㏈)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인데 콘서트홀 음향적 개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다. 오케스트라 음악에 이상적인 잔향은 약 2.0~2.5초로 알려져 있다. 최윤 클래식부산 음향감독은 “특히 콘서트홀 체적 공간(1인당 약 11㎡)이 넓어 울림의 깊이가 풍부하고, 고음부터 저음까지 균형 있게 퍼지는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 내벽은 기존의 나무 마감이 아닌, 음향 확산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형 벽돌을 쌓아 올렸다. 두껍고 단단해 소리의 반사 효율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공연장 천장과 측면 상부에는 사운드 클러스터 시스템이 설치돼 무대에서 나온 소리를 골고루 확산한다. 바닥은 캐나다산 연질 시더 목재를 두껍게 깔았다. 최 감독은 “얇은 바닥에서는 둥둥 울리기만 하는 소리가, 두꺼운 바닥에서는 힘 있고 단단하게 뻗어나간다”고 했다.
파이프오르간은 공연장 완공 이전부터 전제된 설계 요소로, 4400개 이상의 파이프가 설치되어 있다. 2층 좌석에서 듣는 소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 최 감독은 “송풍 모터가 강력해 소리가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퍼진다”며 “합창석과 오르간에서 나오는 소리는 마치 나팔처럼 객석을 향해 모여 웅장하면서도 명료하게 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