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취임 한 달 만에 초대 내각 조각을 거의 마무리하면서 국정 전환에 속도를 냈다. 이번 인선으로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한층 더 명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될 법무부 장관에는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을 발탁했다. 정 후보자와 호흡을 맞출 민정수석 비서관에는 검찰 출신의 봉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임명했고, 검찰개혁을 뒷받침할 행정안전부 장관도 친명계 중진인 민주당 윤호중 의원에게 맡겼다.
이 대통령이 부처의 상황에 맞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사들을 등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장기간 이어진 경제위기를 수습할 기획재정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 장관직은 기재부 근무 경험이 있는 관료 출신 실무형 인사들을 등용했다. 안정적으로 경제 상황을 수습하고 민생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도 현장에 대한 전문성을 우선한 인선을 했다는 평가다.
◆검찰개혁 라인에 중량감 있는 인선
◆경제부처 등에는 실무형 인사 배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는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가 지명됐다. 구 후보자는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정책·예산통으로 불린다. 이재명정부가 예산과 정책 기능을 분리하는 기재부 개혁을 예고한 바 있어, 여권 일각에서는 기재부 출신에게 ‘친정’의 조직개편을 맡기기보다 의원 출신의 입각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강 비서실장은 “아직 조직개편은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다만 구 후보자가 국무조정실장도 이미 역임했고 기재부에서 여러 가지 역할들을 했던 후보자인 만큼 국정운영, 또 경제성장에 대해 지대한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는 기재부 출신의 김정관 두산에너지빌리티 사장이 등용됐다. 김 후보자는 기재부에서 촉망받는 정책기획관 출신으로, 퇴직 후 기업에서 에너지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갖췄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기재부와 기업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춰 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하고 대미 관세 협상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강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에 대해 “기재부 관료 시절 쌓아온 글로벌 경제와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서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고, 산업 전반의 에너지 (전문성)도 있어 업무 수행에 적합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두산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을 받았던 만큼, 이번 인사가 새 정부의 원전 정책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강 실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가 에너지 이슈뿐 아니라 산업 정책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어 발탁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는 이번 대선 선대위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기용됐다. 정 후보자의 경우 배우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주식에 투자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지만, 지명을 강행해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 비서실장은 “후보자 가족 및 신상 문제에 대해선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소명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가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청문회 보시면 아마 국민들이 납득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 발탁됐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고,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이로써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내각이 완성됐다. 국토부의 경우 부동산 값이 오르고 있어 인선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체부는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문화강국을 이끌 적임자를 물색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장관급인 금융위원장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