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산업의 쌀’로 불리며 국가경제개발 핵심에너지 역할을 했던 석탄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국내 마지막 국영 석탄 광산인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다. 국내 1호 공기업 대한석탄공사도 75년 역사를 뒤로하고 폐업을 공식화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강원 삼척시 도계읍에 있는 도계광업소를 폐광한다고 30일 밝혔다. 1936년 문을 연 지 89년 만이다. 도계광업소는 2023년 전남 화순광업소, 지난해 태백 장성광업소가 문 닫은 이후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한 석탄공사 산하 국영 탄광이다. 도계광업소가 폐광함에 따라 국내에는 민영 탄광인 도계읍 경동상덕광업소 한 곳만 남게 된다.
삼척시 도계읍과 태백시 장성동 등 강원 남부지역은 1980년대 후반까지 국내 석탄산업 전성기를 이끌었다. 중심에는 도계광업소가 있었다. 도계광업소는 1988년 석탄 127만120t을 채굴, 국내 최대 생산 기록을 썼다. 지금까지 캐낸 석탄은 4324만t이다. 이 시기 전국 각지에서 청년들이 몰리며 도계읍 인구는 5만명에 육박했다. 당시 “지나다니는 강아지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경제가 호황이었다.
석탄산업 마침표에 직격탄을 맞은 지역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도계읍 주민들로 구성된 ‘폐광 반대 공동투쟁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도계광업소 앞에서 천막농성과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김광태 위원장은 “도계 지역경제에서 광업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육박한다”며 “주민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대책 없이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탄공사 폐업으로 직장을 잃은 직원들 항의도 만만치 않다. 노동조합은 해고 예정인 직원 280명 중 젊은 직원 16명이라도 고용을 승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폐광 한 달을 앞두고 전원 퇴직하라고 했다”며 “무책임한 조처”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고용 승계를 하려면 승계되는 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석탄공사는 운영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이를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