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가 기본 운동이자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다리가 중요한 신체 부위라는 데 이견이 없다. 노동과 여가에서 왕성한 움직임을 위해서도 튼튼한 다리는 필수다. 하지만 인간의 근육은 30세를 기점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약 10년간 3∼5%씩 감소하며, 40대 이후부터는 1%씩 매년 줄어든다. 노화와 질병으로 신체 균형이 무너지면 보행 능력도 감소한다.
2021년 6월 웨어러블(Wearable) 로봇 시장에 등장한 ‘위로보틱스’가 보행 보조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다. 보행 보조와 특수작업 환경에서의 이동 개선을 위해 이 기업은 지난해 입는 로봇 ‘윔(WIM)’을 출시한 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4월에는 ‘윔S’를 선보였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 매년 참가해 기술력을 알리는 위로보틱스의 ‘윔 보행운동센터’를 찾아 웨어러블 로봇을 체험하고 나아갈 방향 등을 알아봤다.
◆평지도, 물속도, 계단도… 로봇과 함께 걸었다
물속을 걷는 듯한 ‘아쿠아 모드’에서는 단계를 높일수록 전진 시 허벅지에 감지되는 저항이 강해 근력운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등산과 유사한 ‘하이킹 모드’로 계단을 오를 때는 허벅지 근육 부하를 줄여 누군가 등을 미는 느낌이었고, 반대로 내려갈 때는 로봇이 고관절의 움직이는 범위와 각도를 보조해 바닥 디딜 때 충격이 덜했다.
약 30분에 걸친 체험을 종합한 기자의 보행 능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79점이다. 체험을 지도한 진하늘 물리치료사는 보통 수준이라며, 센터에서의 보행 훈련은 걷기 속도 향상보다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500여명이 센터에 방문했으며 고령 부모의 보행 개선에 관심 있는 자녀가 대부분이었다. 적은 힘으로 쉽게 이동하기를 원하는 택배나 건설업 종사자 상담도 더러 있다. 기동성 향상에 주목한 서울경찰청은 윔S를 착용하는 ‘스마트 순찰’을 시범운영한다고 지난 5월 알렸다.
◆고령자 보행 훈련 논문도… ‘범용성’ 확보 목표
윔 시리즈의 핵심 기술과 보행 개선 효과 연구 논문은 세계 3대 과학 저널 ‘네이처’ 자매지이자 SCI 등재 저널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지난 5월 실렸다.
웨어러블 로봇 관련 논문은 국내 처음으로, 위로보틱스 이연백·김용재 공동대표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와 임상연구를 진행했고, 보조 보행 기능이 고령자 보행 능력 개선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보행 훈련은 고령자 9명을 대상으로 4주간 주 2회씩 총 8회에 걸쳐 진행됐다. ‘10m 보행’ 기준 참가자의 걷는 속도는 평균 14.8% 증가했고 균형 능력이 개선됐다. 보폭 증가도 눈에 띄었다. 위로보틱스는 고관절 보조가 발목 근력을 강화한 덕분에 낙상 위험의 예방 의미도 더했다고 강조했다.
위로보틱스는 이를 토대로 재활 치료·시니어 헬스케어·산업현장 작업 보조 등 다양한 분야 실사용 확대를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1대당 약 300만원인 판매가를 스마트폰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윔 제품은 약 1000대가 팔렸다.
김지영 위로보틱스 마케팅팀장은 “더욱 가볍고 범용성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