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11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티켓을 따냈지만 홍명보 감독을 향한 여론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수 있었던 건 홍 감독 전술이 아닌 선수들 개인 기량 덕분이라는 평가 때문이었다.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인범(페예노르트) 등 세계 정상급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땐 졸전을 펼쳤고, 이들이 가벼운 몸 놀림을 보여줄 땐 좋은 경기력을 뽐내길 반복했다.
이런 홍 감독이 ‘전술’로 진가를 입증할 기회를 얻었다. 7일부터 국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다. 홍 감독은 이 대회를 위해 유럽파 없이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팀을 꾸려 여섯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2003년 시작돼 2년 주기로 개최되는 동아시안컵은 4개국 대표팀이 나서 풀리그로 순위가 결정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일정이 겹치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지금까지 9차례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다섯 차례 정상에 올랐다. 준우승은 두 차례다. 3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소집돼 첫 훈련을 갖는 우리 대표팀은 7일 중국과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일 홍콩, 15일 일본과 만난다.
북중미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이후 실의에 빠진 중국은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데얀 주르비예치 감독이 임시지휘봉을 잡고 이번 대회에 나선다. 중국은 2006년생 유망주 왕위동(저장FC)을 대표팀에 깜짝 발탁하는 등 2030 사우디 월드컵을 겨냥한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주르비예치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새로운 선수들 경기력을 점검하고 대표팀 세대교체 초석을 다저야 한다”며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무대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고 조직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했다.
최약체인 홍콩이 얼마나 선전할지도 관심시다. 홍콩의 FIFA 랭킹은 153위로 일본(15위)과 한국(23위)은 물론 중국(94위)에게도 한참 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