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에서 부모가 새벽 청소일로 아파트를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초등학생 자매가 숨진 지 8일 만에 판박이 사건이 부산에서 또 발생했다. 이번에도 부모가 외출하면서 아파트를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어린 자매가 모두 사망했다.
3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58분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해당 아파트에 살던 9세, 6세 자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해당 아파트 주민 100여명도 긴급 대피했다.
자매 중 유치원생인 동생이 아파트 현관 앞 중문 입구에서 먼저 발견됐고, 초등생 언니는 2분 뒤 거실 앞 베란다에서 발견됐다. 해당 아파트 거실 바닥에는 층간 소음 방지용 매트가 깔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30여분 만에 꺼졌으나, 아파트 내부와 에어컨·TV·소파 등 가재도구 등을 태워 28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화재 당시 숨진 자매의 부모는 에어컨을 켜두고 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소방당국과 경찰의 합동감식 결과, 발화부는 거실에 설치된 스탠드형 에어컨 주변으로 확인됐다. 또 발화원은 에어컨 전원선이 연결된 멀티콘센트(멀티캡)의 전선에서 단락흔적이 발견됐으나, 정확한 화재원인은 에어컨과 전선 잔해물 등에 대한 현미경 검사와 비파괴 검사 등 추가 정밀감식을 통해 판단할 예정이다.
한편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기장군 아파트 화재 현장을 찾아 “지난달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화재사고가 또 발생해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머리를 숙였다. 박 시장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할 때 필요한 안전조치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래된 모든 아파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설치된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먼저 실태부터 파악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