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안정을 목표로 부동산 대출을 옥죈 '가계부채 관리 방안'(6·27 대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지 열흘째인 6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선 거래 및 집값 상승폭 둔화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초기에 유사한 정책이 실시됐을 때 부동산 시장 안정 측면에서 단기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이번 대책의 효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6·27 대책에 대해 "맛보기"라고 언급하고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추가 규제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도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여온 서울 아파트 가격의 흐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27 대책 전 일주일(6월 20~26일)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1천629건이었으나 이후 일주일(6월 27일~7월 3일)은 577건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 기간이 한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후 숫자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으나 매수 심리 위축에 따른 관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6·27 대책이 아직 시세에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선행지수 격인 거래가 급격히 줄고 있어 다음주에는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며 상승폭이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 대책을 시사한 것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 흐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라면서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많다.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6·27 대책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첫해인 2017년 12월 전격적인 대출 규제를 실시했으며 15주 뒤에는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되는 등 효과를 냈다.
그러나 반년 뒤에는 서울 아파트 가격과 다시 상승세로 반전됐으며 거래량 역시 비슷한 시기에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차원에서 전문가들은 당장은 대출 규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공급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원의 발표에서 강남권의 상승세는 둔화했으나 양천구와 영등포구 등은 기록적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이른바 '풍선 효과'까지 고려한 종합적 대책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아가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더라도 공급 부족 상황 속에 전월세 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규제로 단기 과열된 시장 수요를 억제해놨고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정책과 지역 균형 발전 통한 수요 분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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