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혁신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전직 혁신위원장들은 ‘인적 쇄신’을 성공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인요한·최재형 전 혁신위원장은 6일 “TK(대구·경북) 등 영남 기득권 세력이 배지를 생명보다 귀하게 여기는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며 “인적 쇄신 없는 혁신은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 전 혁신위원장은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TK 등 영남 기득권 의원들은 배지를 국가와 당,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긴다”며 “당이 어떻게 되든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내가 욕을 먹겠지만, 당에 필요한 쓴 약이다. 가감 없이 그대로 써달라”고 당부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당의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지금 당 지도부가 사실은 그동안 우리 당을 쭉 이끌어왔던 그 흐름이 그대로 이어져 있다”며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서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당이 그 당이었나 싶을 정도로 바꿔야 한다”며 “국민이 지금 바라는 게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는 그런 구조적 혁신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두 전직 위원장은 혁신위의 또 다른 성공 조건으로 지도부의 전폭적 수용 의지를 꼽았다. 최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는 최대한 혁신위에 권한을 위임하고 그 결과물인 혁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혁신위는 유명무실한 요식행위가 돼버린다”고 경고했다.
과거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혁신위가 그나마 만든 것도 다음 지도부에서 채택 안 하고 끝나버렸다”며 “이번에도 결연한 각오가 없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재형 혁신위’는 이준석 당대표 시절인 2022년 6월말 지방선거 승리 직후 출범해 이듬해 총선을 대비한 공천시스템 개선을 목표로 했지만, 이 전 대표 축출로 동력을 잃으며 6가지 혁신안을 발표했으나 당이 수용하지 않았다.
인 전 위원장도 “변화·통합·희생을 이야기했는데 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과거 혁신위를 할 때 6가지 혁신안을 냈는데, 당시 김기현 당대표가 화낸 게 하나 있다”며 “왜 미리 혁신안 발표 내용을 알려주지 않느냐고 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걸 미리 보고하고 하면 어떻게 혁신이 되겠나”라며 “혁신안을 미리 정하고 한 게 아니다.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 전 위원장은 2023년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이 보궐선거 참패 이후 10월말 당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혁신위를 맡아 두 달간 활동하며 지도부·중진·친윤 인사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등 6가지 혁신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에 막혀 관철하지 못했고, 그 결과 당은 총선에서 역대 집권 여당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며 참패했다.
인 전 위원장은 “그때 나온 혁신안들은 귀한 결과물”이라며 “이번 혁신위도 그걸 120% 계승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파격적인 것들을 당이 온전히 받아들였다면 지금 지지율 20%대 정당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철수 혁신위가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이어 계엄과 탄핵에 반대한 안 위원장 행보에 대해서는 “안 위원장은 계엄·탄핵 과정에서 당론을 다 따르지 않았다”며 “그 밥에 그 반찬이 아니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최 전 위원장은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라는 시기적 난관도 지적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새로 선출될 텐데 혁신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 것인지도 중요하다”며 “과도기적 시점에 혁신안을 잘 만들고, 전당대회에서 이를 수용한다고 하면 좋은데, 그것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안철수 혁신위는 7일 비상대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혁신위원 6명을 포함한 인적 구성을 마무리한 뒤, 9일 첫 회의를 연다. 중도·수도권·청년 중심으로 구성될 혁신위는 6·3 대선 참패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 내년 지방선거와 내후년 총선 전략 마련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