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지 닷새 만에 전격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지도부와의 갈등을 정면 돌파한 뒤 곧바로 당권 경쟁에 뛰어든 그의 행보는 과거보다 한층 빨라진 정치적 결단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내에서는 “정치력이 달라졌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결국 또 혼자 남는 선택을 했다”는 비판도 엇갈린다.
안 의원은 7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뒤 페이스북에서 “인적쇄신도 거부하고 혁신과 거리가 먼 사람을 위원으로 채워야 한다면 혁신위에 무엇을 기대한 것이냐”며 “저는 그런 비겁하고 심약한 길은 따를 수 없다. 관성에 찌든 비난과 질시가 닥쳐오더라도 제일 앞에 서서 옳은 선택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전임 당 지도부인 ‘쌍권’(권영세·권성동)을 지목해 출당에 버금가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당내 구(舊) 주류 사이에서는 “당 내분을 일으킨다”는 여론도 일고 있지만, 당 혁신을 위해서는 인적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돌이켜보면 안 의원이 ‘틀린 말’을 한 적이 없었다”며 “당이 가야 할 옳은 방향에 대해서는 일관적인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이번 혁신위 좌초 과정을 두고는 안 의원의 ‘정치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혁신위 실패를 예견하고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평과 함께 “안철수의 한계를 또다시 보여줬다”는 평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의원이 한때는 ‘느리다’, ‘답답하다’는 평도 받았는데 이번에는 ‘송언석 비대위’와 혁신위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빠르게 판단하고 판을 깨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개혁의 가장 큰 상징인 ‘인적쇄신’ 명분도 선점했다는 평가다.
반면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인적쇄신은 반드시 사전에 당내 소통과 의견 수렴이 필요한 조치”라며 “그동안 의원들과 잘 소통하지 않고, 4선 의원임에도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안 의원의 한계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