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200만명에 달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최남단 도시 라파로 강제이주시키는 계획에 착수했다. 주민 이주를 전제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개발 구상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전쟁범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수배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인도주의 도시’라는 정착촌 건설을 준비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먼저 이 정착촌에 알마와시 지역에 있는 6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이주시킨 뒤 최종적으로는 가자지구 인구 200만명 전체를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정착촌은 국제인권기구들이 관리하고 이스라엘군이 외곽 경비를 맡는다는 구상이다.
이번 발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기 직전 나왔다. 두 정상이 만난 건 트럼프 대통령 2기 임기 시작 후 세 번째로, 이번 만남은 비공개 만찬으로 진행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만찬에 앞서 취재진에 가자 주민 이주를 전제로 한 재건 계획은 “훌륭한 시각”이라며 “(이주는) 자유로운 선택이다. 사람들이 머물고 싶다면 머물 수 있지만, 떠나고 싶다면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만찬에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보낸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나라, 한 지역에서 계속해서 평화를 구축하고 있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네타냐후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인도·파키스탄, 세르비아·코소보 분쟁 등을 중재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취지로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는 노벨위원회가 진보주의자들에게만 평화상을 주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세를 묵인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굶주림을 전쟁 도구로 삼은 전쟁범죄 혐의로 ICC로부터 수배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