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의 영향으로 바닷물까지 펄펄 끓고 있다. 바닷물 고수온에 따른 폐사 등 수산물 어획량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광어와 우럭 등 일부 양식 어종의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먹거리 가격 오름세 등 국민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13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올해는 짧은 장마 뒤에 여름철 폭염이 곧바로 찾아와 지난해보다 보름 이른 이달 9일 고수온 위기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서·남해 내만과 일부 연안, 제주연안 수온이 28도 안팎에 도달해 고수온 주의보가 발표된 데 따른 것이다. 바닷물 고수온은 특히 해상 가두리 양식 어민들에게는 재앙과도 같다. 고수온 특보는 예비특보(25도 예상 해역), 주의보(28도 도달 예측), 경보(28도 이상 3일 이상)로 나뉘는데, 통상 양식 어류는 경보 환경에 3일 이상 노출되면 폐사한다.
일반적으로 우럭은 해상에 설치된 가두리 양식장에서, 광어는 육상양식장에서 사육한다. 한대성 어종인 우럭은 수온이 20도 이하여야 양식하기 좋고, 온대성 어종인 광어는 21~25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 우럭은 수온이 26도 이상 되면 움직임이 느려지고 폐사가 시작되며, 광어는 28도를 웃돌면 대량 폐사가 발생한다.
우럭과 광어 같은 활동성 어류 외에도 바지락 생산에도 직격탄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필규 국립부경대 자원환경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논문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바지락 생산량 변화와 경제적 피해’에서 온실가스가 현재 수준으로 배출될 경우 2041~2050년 바지락 생산량은 2000~2022년 대비 52.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지락 가격을 2013∼2022년 평균인 1㎏당 3015원으로 계산할 때 생산량 감소에 따른 국내 어민들의 잠재적 손실은 460억7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정 연구원은 “최근 고수온 현상이 심화하면서 바지락 집단 폐사가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며 “고수온 내성이 높은 품종을 개발하고 치패(새끼 조개) 채묘 기술을 개선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수온 위기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됨에 따라 해수부는 비상대책반을 통해 현장 대응상황을 매일 점검한다. 국립수산과학원과 지자체로 구성된 ‘현장대응반’은 양식 현장을 방문해 양식 품종과 현장의 수온을 고려해 어업인에게 어장관리요령을 안내하는 등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