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사는 사람 샘 올트먼/ 키치 헤이기/ 유강은 옮김/ 열린책들/ 2만5000원
이재명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AI 혁신을 주도한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한 건 상징적이다. AI가 새삼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화제의 인물인 오픈AI의 최고 경영자 샘 올트먼의 삶에 관한 전기(傳記)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AI 시대를 연 논쟁적인 인물의 삶과 통찰을 엿볼 기회다.
저자는 올트먼과 나눈 250회가 넘는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이 책을 냈다. 올트먼은 처음엔 자신에 관한 전기를 쓰는 것에 반대했다고 한다. “오픈AI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에도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고 거절한 것이다. 하지만 경영자로서의 면모와 전략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간곡한 설득에 출간을 승인했다.
책에 따르면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는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자랐으며, 어머니는 피부과 의사였다. 8살에 처음으로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를 접한 뒤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껴, 혼자서 프로그래밍을 익히며 성장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컴퓨터는 나에게 도피처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창이자 나만의 도구였다”고 회고했다. 12살 무렵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교생이 된 그는 동성애자의 성적 정체성에 관해 얘기하는 설명회를 열고자 했으나 기독교 학생 단체의 반발에 부딪힌다. 당시 그는 커밍아웃하며 소수자를 억압하는 분위기에 의문을 던진다. 20여년이 흐른 2022년 11월30일 그는 특유의 소문자로만 쓰는 문체로 트위터(현 X)에 짧은 글을 올린다. “오늘 챗GPT를 출시합니다. 다음 주소에서 채팅해보세요. chat.openai.com.” 그러자 순식간에 1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AI 붐을 촉발했고, AI시대의 도래와 그가 선두 주자임을 세상에 알렸다.
올트먼은 일찌감치 공부보다 창업을 택한다. 그는 스탠퍼드대 2학년이던 2005년 위치 정보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인 루프트를 만들기 위해 자퇴한다. 올트먼은 애플을 동경했지만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루프트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의 그렉 매캐두가 2007년쯤 루프트에 대해 의견을 묻자 잡스는 “별로”라고 짧지만 아픈 혹평을 남겼다. 잡스의 부정적 반응은 올트먼에게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올트먼은 이듬해 3월 잡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할 기회를 얻게 되고, 발표를 들은 잡스는 “쿨하다”고 칭찬한다. 이를 계기로 올트먼은 그해 6월 애플이 개최한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루프트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소개하며 테크 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벤처 투자가로서 Y콤비네이터의 대표로 일하며 수천 개의 기술 기업을 키워냈고,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출시해 우리의 일상을 한순간에 진보시킨 ‘영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