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이원영/ 글항아리/ 2만6000원
동물이 살아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곳이 현장인 야외생물학자가 짝짓기, 색과 체형, 집단생활, 공생, 이주행동 등 동물 삶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설명한다. 미생물에서 유인원, 집 앞 가로수에서 심해 중 심해 마리아나해구까지 다양한 동물·현장에서 관찰한 생명 진화의 지혜가 펼쳐진다.
암컷이 더 큰 몸집과 화려한 깃털로 경쟁을 벌이며 여러 수컷을 차지하는 붉은배지느러미발도요, 한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50년 이상을 해로한다고 알려져 있는 일부일처제 조류 나그네앨버트로스, 꿀벌의 생김새를 흉내 내 독침 없이도 독침을 지닌 효과를 누리는 꽃등에 등 수많은 동물의 특별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글이 생생한 건 저자 자신의 연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왜 자꾸 나를 공격하나. 둥지에 침입했던 나를 기억하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던 대학원 시절 첫 논문이 그 시작이다. 서울대 인근 관악산 까치가 개체 수준에서 인간을 구별한다는 사실을 밝힌 후 극지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저자는 펭귄의 장내 미생물 군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이 단식 기간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고, 턱끈펭귄에게 바이오로거를 부착해 이주 경로를 확인했다. 드론에 열화상카메라를 덧붙여 흰죽지꼬마물떼새의 둥지도 식별해내고 분홍발기러기의 깃갈이 행동을 관찰했다. 그 밖에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나비 표본 300여종을 활용해 유럽 나비의 체색과 체온조절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기도 했다. 젠투펭귄에게는 비디오카메라를 부착해 이들이 바다에서 음성신호로 의사소통한단 걸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