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지역의 한 동물보호센터에서 ‘순돌이’를 만났다. 이름에 걸맞게 무척 순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흔들어 반갑단 표현을 했다. 털 색이 바래고 꼬질꼬질해진 모습은 순돌이가 살아온 삶을 짐작게 했다. 이렇게나 사람을 좋아하니 꼭 좋은 가족을 만나길 바랐다.
그 보호센터를 방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연히 한 학대 사건을 알게 되었고, 학대 피해를 입은 동물들이 그 보호센터로 입소한 것이다. 여러 달 그 사건을 지켜보면서 피해견을 데리고 나와 가족을 찾아줄 생각이었다. 순돌이가 눈에 밟혔지만 원래의 계획대로 학대 현장에서 구조된 개들 중 두 마리(현실적으로 내가 도울 수 있는 동물은 최대 두 마리였다)를 데리고 나왔다.
도움을 주거나 가족이 되어줄 사람보다 이를 기다리는 동물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은 잔인하다. 얼마 전 순돌이가 안락사되었음을 알게 됐다. 해당 보호센터는 가능한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기에, 아마도 대형 견장의 부족 문제였을 것으로 생각됐다. 순돌이에게는 단 한 번이라도 가족을 만날 기회가 주어졌을까? 순돌이뿐만 아니라 내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전국의 수많은 동물이 보호센터에서 안락사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연사하고 있다.
박주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