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지난 50여년간 운영해온 대북 라디오·TV 방송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대북 라디오 방송에 나선 것은 1973년 무렵이다. 북한 전역이 청취권이다. 신의주~원산 권역에 닿는 TV 방송은 1990년대 초에 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 방송은 과거 진보 정부에서도, 남북 대화 와중에도 계속됐다. 북한 내부로 정보를 유입하는 창구인 데다 ‘대북 심리전’의 영향력이 컸던 때문이다. 남북 화해를 강조해온 신임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으로 어느 정도 예견은 됐으나 이재명정부 출범 두 달도 안 돼 대북 방송을 멈춘 것은 놀랍기 그지없다.
국정원은 직접 운영해온 여러 개의 대북 라디오·TV 방송을 지난 5~14일 순차적으로 중단했다고 한다. 대북 방송 중단 조치는 사실상 국정원이 북한의 폐쇄성을 비판하고 우리 정부의 우월성을 알리는 체제 선전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보기관 특성을 고려할 때 이해하기 힘들다. 더불어 북한 주민의 알 권리가 위축될 것이란 것은 자명하다. 탈북민 상당수는 대북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자유세계 소식에 눈을 떴다. 적지 않은 탈북민이 대북 방송을 접하고는 탈북을 결심했을 정도다. 가뜩이나 미국 정부가 운영하던 미국의소리(VOA)방송,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운영하던 대북 방송이 중단된 상태 아닌가. 여기에 국정원까지 가세해 북한 주민과의 연결고리를 쉽사리 포기한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