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 귀도 알파니/ 최정숙 옮김/ 미래의창/ 3만원
부자들은 늘 찬사와 동시에 질투의 대상이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도 따라온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3월 세계의 부자(The Worlds Billionaires) 순위를 발표하는데 톱10 상위권의 순위 변동 소식은 물론, 한국의 자산가가 몇 위에 올랐는지도 입방아에 오른다. 지난해 7월 인도 석유·통신 재벌 무케시 암바니 가문의 막내아들 결혼식이 화제가 됐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세계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고,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축가를 불렀다. 축하연과 피로연 등 부차적인 행사를 뺀 본식 행사 비용으로만 최대 1억달러(약 1386억원)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무케시 회장의 자산 규모는 약 1200억달러로 아시아에서 1위, 세계 12위다.
이탈리아 보코니대학교 경제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역사 속에서 부자들이 어떻게 등장했고, 어떻게 부를 세습하며 정당화했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중세의 왕과 귀족, 르네상스 시대를 연 메디치 가문, 세계 금융을 주름잡은 독일 유대계 로스차일드 가문, 마크 저커버그나 제프 베이조스 같은 현대의 빅테크(거대기술기업) 억만장자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부자의 탄생과 변화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부자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지만, 전체 상위 5% 혹은 1%에 해당하는 이른바 ‘슈퍼 리치’(초부자)는 대부분 귀족 출신이었다. 부가 타고난 지위나 계급과 연결돼 있어 자연스럽게 세습됐고, 후손들도 특별한 대가 없이 풍요를 누렸다. 20세기 들어서야 상업과 금융으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등장했다. 다만 금융 시스템의 급속한 발달은 부의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최근 수십년간 상속을 통해 부를 대물림하는 부자들의 비율이 다시 높아지고, 상위 0.1% 부의 집중도는 1929년 대공황 직전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