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은 전 세계 각국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정치적인 도구로 활용됨과 동시에 이웃국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되고 있다. 이른바 ‘난민의 무기화(化)’다.
29일 영국 인권단체 헨리잭슨협회(HJS)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기 전인 2021년부터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대상으로 반(反)이민정서를 자극시켜 EU 국가 간 분열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는 같은 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발생한 난민들을 우선 불러들인 뒤 폴란드와 발트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 접경지역인 ‘수바우키 회랑’에 의도적으로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바우키 회랑은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연결하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약 65㎞에 이르는 육상통로다. 국경선이 복잡한 이곳에 난민들을 보내 EU 국가에 대거 밀입국을 시키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벨라루스를 통한 EU 회원국 불법 입국 시도는 전년보다 66% 늘었다. 벨라루스의 ‘난민 전술’에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국경을 강화하면서 수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수바우키 회랑에 갇히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대응해 리투아니아는 지난 5월19일 벨라루스를 “민간인을 정치적 도구로 삼은 행위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아울러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움직임을 ‘하이브리드 전쟁’ 전술로 규정하고, 동유럽 회원국들에 일시적으로 난민의 망명 신청권을 중단할 수 있는 특별조치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