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총 4천500억달러(약 626조원)에 달하는 조선 중심 대미 '투자 펀드'(3천500억달러)와 에너지 구매 카드를 앞세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면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총 3천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한국의 대미 투자 제안에서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명명된 대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예상대로 한국 조선 산업 역량이 대미 관세 협상의 결정적 돌파구 역할을 해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한미 양국 발표를 종합하면, 한국은 앞선 일본과 EU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규모 투자와 미국산 구매 약속을 제안하면서 8월 1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던 상호관세와 4월부터 이미 부과 중인 자동차 관세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투자 패키지의 규모는 일본의 60% 수준인 3천500억달러이다. 게다가 이중 실제 직접적인 재원이 투입되는 지분 투자의 규모는 극도로 한정되고 나머지 대출·보증에서도 배수 효과가 큰 보증이 대부분을 차지할 계획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으로, (그 중에서도) 체감으로는 보증이 제일 많을 것 같다"며 "우리는 펀드에 그 3가지 요소(지분투자·대출·보증)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무역 합의) 비망록에 적어놨고 그 안에 에쿼티(지분투자)가 5% 미만일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역시 일본 정부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일본이 제안한 5천500억달러의 투자 패키지도 직접 투자액은 1∼2%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3천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중심이 한국의 강점인 조선에 맞춰진 점도 일본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앞서 정부는 '마스가'로 명명된 대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총 대미 투자 펀드 3천500억달러 중 1천500억 달러는 조선 산업 전용 펀드로 조성된다. 나머지 2천억달러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원전 등 미국이 중요하게 육성하려는 전략 산업에 두루 투자하는 범용 펀드로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이 한일 펀드로 육성하려는 전략 산업 대부분이 한국이 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분야라는 점에서 결국 실질적 혜택이 우리 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조선의 경우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운영 중인 한화그룹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 현지에서 조선소를 인수해 운영하거나, 미국 주요 조선사와 공동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사업자가 사실상 한국 기업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조선 펀드의 직접 수혜자가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조선사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스를 중심으로 향후 장기간에 걸쳐 향후 1천억달러(약 139조원)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겠다는 약속 역시 자국 유권자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직관적인 숫자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만 에너지 수입 대국인 한국으로서는 도입선 조절 정도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하는 한국은 작년에만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에만 1천100억달러를 넘게 썼다.
김용범 실장은 "천억불은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번 딜 때문에 추가로 없는 수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동산을 미국산으로 바꾸는 이런 정도의 구성 변화는 있지만 우리 경제 규모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입액이기 때문에 구매가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조선 부흥 등 카드를 앞세워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의 경쟁 조건을 확보하면서도 '레드라인'으로 간주했던 소고기와 쌀 등 농산물 개방에 관해서 현상을 지켜낸 것은 앞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주요국 대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과 관련해 구체적 쌀 수출 확대 성과를 자랑했던 일본 때와는 달리 "한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수준의 원론적 언급만 했다. 우리 정부는 소고기 월령제나 쌀 수입 쿼터 조정 등 약속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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