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 기념식은 일반 관람객과 군인들이 현장에서 즉석 연출한 카드 섹션과 3군 군악대의 팡파르가 힘차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육·해·공군 및 해병대, 특전사, 예비군 및 학군단, 기계화부대에 대한 열병과 특전요원들의 고공 및 집단 강하, 태권도시범, 육군항공사 소속 헬기 선도비행에 이은 공군 전투기의 공중 분열 순서로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1990년 10월1일 거행된 건군 제42주년 국군의날 행사를 전한 조간신문(10월 2일 자)의 한 대목이다. 카드 섹션을 일반 관람객과 군인들이 현장에서 즉석 연출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향토사단과 동원사단 장병이 뙤약볕 아래에서 쌍욕 들으며 몇 달씩 반복한 연습의 결과였다. 카드 섹션도 수많은 장병의 엄청난 노고의 결과였으나, 행사의 꽃인 열병식(閱兵式)에 참가한 도보 부대 등에 비할 바는 못 됐다.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다. 그해 국군의날 행사를 위해 9월15일 여의도 상공에서 고공낙하훈련을 하던 특전사 여군 하사가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22세 나이에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열병식의 화려함 뒤엔 군 장병의 피와 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