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때는 약물 보관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자는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6개월씩 약을 처방받아 집에 보관하게 되는데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되면 약이 변질되거나 약효가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만성질환자의 여름철 약 관리 방법에 대해 정채린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약사의 도움을 받아 소개한다.
대부분 의약품은 ‘실온 보관’을 권한다. 이때 실온 보관의 기준은 1~30도 범위다. 이 범위에서만 의약품의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의미다. 이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성분이 분해되거나 약효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약이 협심증 응급약인 니트로글리세린이다. 니트로글리세린은 빛과 열에 매우 민감해 고온에 노출될 경우 약효가 급격히 감소한다. 이 때문에 니트로글리세린은 요즘 같은 폭염이 아니더라도 체온의 영향을 받는 옷 안쪽 주머니 등에는 보관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갑상선호르몬제 역시 빛과 열에 민감한 성분이라 차광한 기밀용기에 실온 보관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가 사용하는 인슐린 역시 고온에 민감하다. 개봉 전에는 냉장 보관하다가 개봉 후에는 30도 이하 실온에서 4주 이내 사용해야 한다.
천식으로 인한 발작 완화용과 유지치료용으로 쓰는 흡입제도 마찬가지다.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면 압력 변화로 파우더 제형이 굳거나 분사량이 달라져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일부 약은 냉장 보관이 더 위험하다. 사용 전 흔들어 써야 하는 현탁액 형태의 해열 시럽제는 냉장 보관 시 층 분리가 일어나 약효가 감소할 수 있다.
물론 일부 항생제와 난임 환자들의 배란유도주사 등 냉장 보관이 원칙인 약품도 있다.
장시간 고온에 노출됐다면 겉으로 보기에 눅눅하거나 부풀어 오르고 색이 변하는 등의 문제가 없더라도 폐기하는 것이 좋다.
정 약사는 “약의 외관 변화가 반드시 약효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고온으로 약이 변질돼도 겉모습은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빛에 민감한 시럽제는 갈색 병에, 습기에 민감한 알약은 은박 포장(PTP·Press through pack)되는 등 의약품은 보관조건에 알맞게 포장된 만큼 되도록 원래 포장대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