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보수진영과 대립각을 강하게 세우는 ‘충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집권여당 당 대표이지만 야당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보수야당 지도부와 회동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 전략’과는 반대다. 이러한 엇갈린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행보를 놓고 역할분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대표는 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해 연대책임이 있는데, 반성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찬탄(탄핵찬성)’이니 ‘반탄(탄핵반대)’니 싸우고 있다”며 대국민 사과와 진솔한 석고대죄가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언급한 위헌정당 해산 추진에 대해서도 “못할 것이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박근혜 정권 때 내란 예비음모 혐의로 해산됐던 통합진보당 사례에 비춰 보면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해산 감”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여당이 주도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과거 윤리특위는 위원장을 제1교섭단체 소속으로 두고, 위원장을 제외한 총 14인의 위원 중 절반을 제1교섭단체 소속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2018년 관련 규칙이 삭제됨에 따라 20대 국회부터는 윤리특위를 여야 동수로 운영했는데, 이를 다시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가 있기 전에는 악수도 하지 않겠다’는 발언 관련해 “오히려 국민들인 민주당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며 “시장에 혼선을 초래하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 세제 개편안, 나쁜 정책 사과하지 않는 한 국민은 정 대표와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이러한 정 대표의 강경책은 이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만나는 등 ‘협치’ 행보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정국 도중인 지난달 20일 송 비대위원장과 회동하며 장관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의견을 경청한 바 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굿 캅’(좋은 경찰), 정 대표가 ‘배드 캅’(나쁜 경찰)을 맡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에겐 ‘중재자’ 이미지를 줄 수 있고, 법안 처리와 내년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한 정 대표는 지지층 지지를 계속 묶어 두는 ‘투 트랙’ 전략인 셈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싸움은 당대표가 하고 대통령은 일만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