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건진법사 청탁 의혹 관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천무원 부원장 정모씨를 8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정씨는 이날 오전 9시39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있는 특검 사무실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그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얼마를 줬나’, ‘김건희 여사 명품 선물에도 관여했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게 명품백 선물을 지시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정씨는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으로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비서실장이자 통일교 2인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씨는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게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백, 천수삼농축차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같은 날 통일교 경리부장으로 알려진 A씨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A씨는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건넸다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백 등의 구매 영수증을 관리한 인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정씨를 상대로 목걸이 청탁 등에 통일교 교단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청탁 내용에는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사업 지원,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초청, 통일교 국제행사에 교육부 장관을 초청하는 것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전달한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 등 교단 윗선의 승인을 받아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통일교는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과 김씨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녹음파일에는 김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인삼차(천수삼농축차)를 잘 받았다’라고 감사 인사를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김씨는) 인삼을 먹어본 적이 없는 체질”이라며 “전씨가 받은 것으로 알고 인사치레상 고맙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2021∼2024년 통일교 행사 지원을 요청하면서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한 윤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불법 정치자금의 액수를 1억원대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통일교로부터 1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통일교와 금전 거래는 물론 청탁이나 조직적 연계 등 그 어떤 부적절한 관계도 맺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