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청소년 전용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재테크 습관을 길러주면서 목돈 마련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주요한 인기 요인이다.
이에 발맞춰 금융사들은 전용 상품과 디지털 플랫폼을 앞다퉈 출시하며 ‘미래 고객’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청소년도 ‘금융 소비자’…부모 세대 관심 급증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비대면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층에게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을 장기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카카오뱅크는 2020년 10월 출시한 ‘카카오뱅크 미니’를 통해 시장을 선도 중이다. 만 7세 이상 아동·청소년이 사용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 서비스다. 지난달 기준 누적 이용자 수가 250만명을 돌파했다.
토스뱅크는 모회사인 토스의 청소년 금융 플랫폼 ‘틴즈(Teens)’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청소년 전용 충전형 카드 ‘유스카드’는 누적 발급 수가 320만장을 넘었다.
케이뱅크도 지난 5월 만 14~17세 청소년 전용 ‘알파카드’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추격에 나섰다. 교통카드 간편 충전 기능을 탑재해 청소년의 실생활 패턴에 맞춘 점이 주목받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청소년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상품을 넘어 전용 금융 플랫폼 구축과 고금리 적금 출시 등으로 장기적인 고객 유치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청소년 전용 플랫폼 ‘KB스타틴즈’를 선보였다. 이르면 올해 안에 가입 연령을 기존 만 14세 이상에서 만 6세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역시 지난해 말 자체 앱 ‘올원뱅크’ 내에 청소년 전용 메뉴 ‘틴즈’를 신설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청소년 전용 고금리 적금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은행의 ‘아이꿈하나 적금’은 최대 연 3.75% 금리를 제공한다. 초·중·고 입학 등 특별한 해에는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의 ‘우리 아이행복적금2’는 경찰서 또는 안전드림 앱을 통한 지문 사전등록 후 관련 증빙을 제출하면 최대 연 3.65%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가입 기간은 12개월, 월 납입한도는 50만원이다.
신한은행의 ‘신한 MY주니어 적금’은 분기별 최대 100만원까지 자유롭게 입금 가능하다. 최고 금리는 연 3.4%다.
카드사들도 청소년 고객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달 7일, 청소년 특화 상품인 ‘신한카드 처음 체크’를 출시했다. 전월 실적 조건을 10만원으로 낮추고, 청소년이 자주 활동하는 방과 후 시간대(오후 4~8시)에 추가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KB국민카드의 ‘KB국민 틴업 체크카드’는 지난 5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10만장 이상 발급됐다. 인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캐릭터 디자인이 흥행에 한몫했다.
현대카드는 부모가 관리하는 청소년용 가족 신용카드인 ‘현대카드 틴즈’를 선보였다. 편의점, 카페, 패스트푸드, 대중교통 등에서 2%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월 최대 50만원까지 이용 한도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전문가들 “미래 고객 확보 위한 전략적 투자”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 마케팅 전략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고객 관계 형성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Z세대·알파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소비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기에 형성된 금융 경험이 성인이 된 이후의 주거래은행, 금융 파트너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쟁은 수십 년 뒤 고객 충성도를 결정짓는 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