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스물여덟 번째를 맞는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SIDance).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13개국 무용가·단체가 9월 10일부터 28일까지 작품 총 38편을 공연한다. 이 중 다섯 편은 ‘광란의 유턴’이란 도발적인 화두를 내걸었다. 무용을 통해 극단주의 광풍이 몰아치는 당대 현실을 성찰하는 무대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연대를 상실한 개인과 공동체는 붕괴하고 기성 체제 속 약자는 타자(他者)로 내몰린다. 가냘픈 풀잎 같은 무용가들은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다섯 춤이 만드는 광란의 유턴
‘거꾸로 도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무용 언어로 해석하는 ‘광란의 유턴’에서 주목받는 안무가는 하랄 베하리다. 노르웨이와 자메이카 혈통의 안무가로 현재 국제무대에서 도발적이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규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안적인 존재 방식과 춤, 공존의 방식을 탐구하는 안무가로서 이번에 선보일 ‘바티 보이(Batty Bwoy)’는 예술적·정치적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며 2022년 초연 후 여러 상을 받은 작품이다.
또 다른 화제작은 아르민 호크미의 ‘쉬라즈(Shiraz)’. 이란의 정치적, 문화적 유산을 현대적인 미니멀리즘(최소주의) 안무로 풀어내는 지적이고 세련된 안무가의 대표작이다. 이란의 사라진 축제에 대한 기억을 단순한 움직임으로 되살리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의식을 만들어낸다. 해외 공연에서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미래를 예견하는 듯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란과 적대적 분쟁 관계인 이스라엘의 작품도 선보인다. ‘광란의 유턴’을 강조하기 위한 주최 측 기획이다. 이스라엘 출신 민속학 탐구자이자 무용가·안무가 오를리 포르탈이 이끄는 무용단이 ‘폐허(Al-Atlal)’를 공연한다. 오를리 포르탈의 예술 세계는 고대의 춤과 전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해 텔 아비브에서 초연된 ‘폐허’는 이집트의 전설적 가수가 부른 노래에서 영감받은 작품으로 사랑의 상실을 넘어, 고향과 땅,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확장한다. 전쟁과 파괴의 잔해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움의 씨앗을 찾아내고, 무너진 세계 속에서 다시금 화해와 회복을 모색한다.
스페인 출신으로 역사적 주제를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해온 안무가 안토니오 루스는 그가 이끄는 무용단과 함께 ‘파르살리아(Pharsalia)’를 공연한다. 고대 로마 내전을 다룬 서사시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안무다. 전쟁과 저항, 존엄과 생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작품 속 11명 무용수는 치밀한 움직임과 연극적 표현을 통해 위기와 갈등, 그 속에서 피어나는 평화를 향한 열망을 무대 위에 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