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간 서울 도심의 오랜 상징이었던 서소문고가차도가 이달부터 전면 철거에 돌입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 소식을 두고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의견과 공사 기간 중 발생할 교통 불편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번 공사는 단순히 노후시설을 철거하고 개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낡은 인프라에서 안전한 교통체계로 우선순위를 전환하는 서울시 도시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소문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 이후 급격히 노후화되었고, 이미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즉각적인 보강 또는 개축이 필요한 D등급 판정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교각 받침부의 구조적 안전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부를 지나는 지하철로 인해 근본적인 기초 보강공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또한 교량 상판을 지지하는 보(梁)의 내외부 강선이 부식돼 피복 콘크리트가 자주 떨어졌고, 2019년부터 2024년 11월까지 철도·차량 통과 구간에서도 콘크리트 낙하 사고가 반복돼 시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었다. 서소문고가차도의 구조적 위험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는 대통령의 말씀처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서소문고가차도의 철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행정의 의무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인명 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일시적인 교통 불편은 감수해야 할 합리적 선택이다. 도시 인프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은 시민 개개인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자 도시의 신뢰와도 맞닿은 사안으로, 어떤 경제적 손실이나 불편보다 우선되어야 할 가치다.
손봉수 전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