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몇 그루 수양버들이 있다. 평소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처연히 발끝만 내려다보지만 바람이라도 불면 ‘팔’을, 그 치렁치렁한 팔들을 거세게 휘젓곤 한다. 지나는 누군가라도 불러 세우려는 듯. 긴한 이야기를 청하려는 듯. 최선으로 펄럭이는 그 팔들은 아주 먼 곳까지 닿을 것 같다. 도처의 쓸쓸한 팔들에게로. 예기치 않은 새로운 팔이 불쑥 돋아나 다가올 것도 같다.
“팔들을 나누어 가지려고 해”라는 시의 시작에 붙들려, 한 그루 선한 나무를 생각한다. 나무의 마음을. 온갖 떠도는 팔들을 함께 나누거나 한데 그러모아 보려는 마음. 스스럼없이 누군가를 껴안아 보려는 마음. 그런 도저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한편에는 있겠지.
태풍 속에서 마구 흔들리는 나무를 떠올리자면, 힘겹던 어느 날의 내가 그 곁에 서 있는 것 같다. 내 팔을 나누어 잡으려 멀리서 오고 있는 한 사람 또한 가늘게 겹쳐 있는 것 같다.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