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운동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은 쉽다.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고 열심히 가면 된다. 같은 생각에도 장애인은 그렇지 못하다. 마음 놓고 운동할 곳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장애인이 운동을 한다고?’라는 반응을 더 먼저 마주한다.
부산의 헬스케어 기업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가 SK행복나눔재단과의 파트너십으로 운영하는 장애인 전문 PT(퍼스널 트레이닝) 시설 ‘어댑핏 스튜디오’를 만든 이유다. 물리치료사와 특수체육교사 등으로 구성한 재활 운동 전문 코치진의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에 장애인과 만성 기저질환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지난 7일 이용자를 만나고 어댑핏 스튜디오의 철학 얘기도 들어봤다.
◆장애인도 운동할 수 있다… ‘자존감’ 획득까지
두 달여 전 구글 검색창에 ‘장애인 PT’ 입력했던 날을 최씨는 떠올렸다. 늘어난 체중에 어떻게든 운동해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인터넷 검색으로 어댑핏 스튜디오 존재를 알아 상담·수업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 병행 덕분인지 전동휠체어에 앉은 채 줍기 어려웠던 바닥의 스마트폰도 전보다 쉽게 집을 만큼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본 최씨는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상상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운동으로 신체 능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취감 느끼게 지도… 삶의 ‘주인공’ 되도록
장애 유형과 개인 신체 기능에 따른 맞춤형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댑핏 스튜디오는 ‘어댑피팅(Adapfiting)’이라 부르는 신체·분석 평가로 개인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용자의 체형과 자세, 신체 기능, 근력 등을 분석한 뒤 그에 맞는 운동 수업을 진행한다. 근력이 약하면 생길 수 있는 여러 신체적 문제나 2차 합병증 예방을 위한 근육 강화 운동, 체형 또는 자세 교정을 위한 집중 수업 등 개인 맞춤형 운동을 제공한다. 장애인이 홀로 선 채 보행훈련을 할 수 있게 돕는 기구와 일반 피트니스 센터에도 있는 로잉(Rowing)머신 등도 갖춰 놓았다. 로잉머신은 받침대를 분리해 휠체어에 탄 상태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당사자가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돕는다. 장애인이 운동으로 삶을 주도할 힘을 갖기를 바란다.
이달 기준 서울·대구·부산점을 통틀어 장애인 회원이 총 1065명인 어댑핏 스튜디오는 더 많은 장애인이 운동 기회를 얻도록 타 지역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회공헌재단 파트너십이나 복지관 연계로 더 많은 만성 기저질환자나 장애인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비용 등 현실 여건상 동시 여러 지역 진출이 어려운 탓에 기존 피트니스 센터나 공공기관 등에 어댑핏 스튜디오의 프로그램 노하우를 제공하는 상생 모델도 염두에 둔다.
정고운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대표는 “운동은 장애인이나 기저질환자에게 선택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수 요소”라며 “더 많은 분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움직임을 경험하고, ‘할 수 없다’는 편견을 넘어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