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경기로 에르난데스를 잊게 만든 7이닝 77구 ‘완벽투’..2년 만의 통합우승 도전하는 LG의 ‘승부수’ 톨허스트, 머리 짧은 폰세의 향기가 난다

지난 3일 LG는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웨이버 공시했다. 지난 시즌 LG의 최장수 외인이었던 케이시 켈리의 대체 외인으로 KBO리그에 입성한 에르난데스는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합쳐 6경기에서 11이닝을 소화하며 15탈삼진을 잡아냈다. 평균자책점은 0. 그야말로 ‘언터쳐블’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가을야구에서의 에르난데스는 무적에 가까운 투수였다.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활약만 보면 다소 떨어지는 이닝소화력과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충격적인 구위와 팀에 대한 헌신을 높게 평가받아 재계약을 이뤄냈다.

 

그러나 2025시즌에 보여준 모습은 다소 아쉬웠다. 성적은 14경기 66이닝 4승4패 평균자책점 4.23.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G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그렇게 LG는 에르난데스와 이별하고 연봉 27만달러, 이적료 10만달러 등 총액 37만 달러를 들여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를 데려왔다.

 

톨허스트 입단 당시 LG는 “다양한 구종을 갖춘 투수로 수준급의 구위와 제구력을 겸비했다”라며 “최근 뚜렷한 성장세와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해 팀에서 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LG 염경엽 감독은 “체인지업과 커브가 좋은 투수다. 특히 우리 ABS에서는 커브가 필수다”라며 KBO리그에 맞는 유형의 투수임을 강조했다.

 

지난 6일 한국에 입국한 톨허스트는 9일 선수단에 합류했고, 12일 수원 KT전에서 첫 선을 보였다. KBO리그 첫 투구인 만큼 80구의 투구수 제한이 걸려있었다. 투구수 제한을 감안하면 최소 5이닝, 최대 6이닝을 버텨주면 합격점을 줄만 했다.

 

이날 톨허스트가 소화한 이닝은 무려 7이닝. 그것도 77구만 던져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아마 투구수 제한만 걸려있지 않았다면 완투나 완봉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그야말로 완벽한 투구였다.

 

시작부터 깔끔했다. KT의 대체 외인 타자 스티븐슨을 상대로 152km의 포심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냈다. 5회까지 톨허스트가 던진 공은 단 43구. 패스트볼 구속은 꾸준히 152~153km에 형성됐고, 공격적인 투구 스타일에 존 구석구석과 보더라인을 공략하는 제구력도 일품이었다. 7회까지 4사구 없이 피안타 단 2개만을 허용하는 완벽투로 KT 타선을 초토화시켰다. 탈삼진은 7개를 솎아냈다.

 

톨허스트는 2019년 미국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23순위 전체 687순위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지명을 받았다. 지명 순위에서 알 수 있듯, 입단 때부터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였다. 성장세도 그리 눈에 띄지 않아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도 없다. 마이너리그 통산 92경기에 나서 15승10패, 4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이렇다 할 커리어도 없지만, LG 스카우트들은 톨허스트의 투구 스타일이 ABS에 맞아떨어질 것으로 보고, 통합우승을 위한 승부수로 데려왔다. 그리고 아직 1경기만 던졌을 뿐이지만, 데뷔전에서의 투구만 보면 LG의 승부수는 통하는 모양새다. 어쩌면 올 시즌 KBO리그에서 무적 행진을 보이고 있는 한화의 코디 폰세에 대적할 수도 있는 외인 투수가 될 수도 있어보인다. LG가 ‘머리 짧은 폰세’를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