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아직 그래픽 디자인은 인간의 영역이다. 좋은 그래픽 디자인을 만들어내려면 창의력과 사고력이 필요하다. 눈과 손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영혼과 마음, 이성, 취향을 담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테오 잉글리스/ 이희수 옮김/ 윌북/ 2만9800원
그래픽 디자인은 등장과 동시에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다양한 분야를 유연하게 넘나들면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모든 방식에 스며들어 있다. 소셜 미디어 피드에 끝없이 쏟아지는 광고 이미지, 패키지만 바뀌어 나오는 제품, 알고리즘이 분석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섬네일까지 그래픽 디자인은 더는 포스터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시대에 콘텐츠는 곧 디자인 감각으로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말보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시대의 크리에이터라면 미적 감각이 필수다. 하지만 아방가르드와 포스트모더니즘, 모더니즘과 미드 센추리 모던,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레트로와 파스티슈처럼 익숙하지만 여전히 모호하게 들리는 말이 있다.
저자는 영국 왕립 예술대학에서 미술과 디자인 비평을 수학하고, 문예지 ‘그란타’에서 수석 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디자인 및 시각 문화 전문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했다. 오랜 시간 그래픽 디자인을 연구한 저자는 그간 학계와 현장에서 몸소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지난 150년간 산발적으로 전개된 그래픽 디자인의 이론과 실무를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석공의 예술 작품부터 소셜 미디어 속 섬네일에 이르기까지 그래픽 디자인이 거쳐 온 여정을 조망한다. 시대마다 새롭게 등장한 양식과 사조를 세밀히 살펴보는 동시에 흐름을 관통하고 하나로 꿰어 디자인이 지닌 문화적 맥락과 사회적 기능에 대한 알려준다. 또한 여전히 모호하게 들리는 디자인과 관련된 용어를 명쾌히 구분 지어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그래픽 디자인의 핵심 테마 82가지를 엄선해 역사, 이론, 실행, 타이포그래피, 매체라는 5개 장으로 정리했다. 여기에 시각 자료를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