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주택진흥기금’을 조성해 민간 및 공공주택 공급의 초기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오스트리아 빈의 주택기금을 모델로 삼아 기금 기반의 공공 참여를 제도화하려는 이 시도는 단순한 재정 수단을 넘어 주택공급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시도는 지역 단위에서 주거 문제를 풀어가려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민의 주거 안정은 전국적 의제이지만 주민들의 일상은 생활권 단위에서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지역이해도가 높은 지자체가 자율성과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주택사업을 기획·추진하려는 방향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서울은 개발가능지가 거의 고갈돼 주택공급을 민간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여건 속에서 공공이 자금 기반을 갖추고 공급을 도울 수 있는 구조를 제안했다는 점은 공급 정책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향후 기금이 실제로 운용된다면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주택공급 저수지’ 역할이다. 그간 주택공급은 경기 흐름에 따라 급등락해왔다. 최근에는 금리 인상, 자재비 급등, 미분양 증가 등으로 주택공급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했고, 사업 초기의 자금 조달 경로로 활용됐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위축되며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신규 주택공급을 지속하기 위한 공공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서울시의 주택진흥기금 구상은 민간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사업 초기, 토지비용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브리지론 형태의 지원은 공급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