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견된 보물선. 어부들이 그 주변에서 도자기를 비롯한 각종 고미술품을 건져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전국에서 이른바 ‘돈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은 신안선 도굴 실화를 극화한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공개 이후 30일 연속 디즈니플러스 한국 콘텐츠 중 시청 횟수 1위를 기록했고, 일본과 대만에서도 톱 3에 진입하며 화제가 됐다.
‘파인: 촌뜨기들’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과 원작 웹툰의 윤태호 작가를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차례로 만나 작품 속의 메시지와 뒷이야기들을 들었다. 강 감독은 “훌륭한 원작을 훼손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큰 줄거리는 그대로 가되, 인물 관계와 캐릭터에 대한 묘사를 채워 나가는 작업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때로 윤 작가에게 자문을 구하며 1년 넘게 각색작업을 거쳐 촬영에 들어갔다.
강 감독은 “이 작품은 캐릭터들의 향연이라고 할 정도로 각 캐릭터가 다 보여야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서 “다양한 인물들에게 애정을 갖고 묘사를 하려고 노력했고, 또 그들의 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지루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남성 위주의 서사로 진행됐던 영화 ‘범죄도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등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심리묘사에도 공을 들였다. 임수정이 연기한 천 회장의 부인 양정숙은 경리 출신의 과거 모습부터 미군부대 골동품 경매에 참석하며 욕망에 눈뜨는 장면 등 원작에 없던 모습이 추가되며 한층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신했다. 원작 ‘파인’ 웹툰의 윤 작가는 “드라마 캐스팅을 듣고 가장 놀랐던 배역이 임수정씨였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에서 술수가 가득하고 욕심이 가득 찬 여성으로 표현됐는데 경리에서 회장 사모님까지 된 사람이라면 천박한 이미지를 벗고 달라진 모습을 보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반성을 많이 했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임수정씨의 양정숙이 100% 맞았다”고 말했다.
윤 작가의 웹툰은 앞서 드라마 ‘미생’과 영화 ‘내부자들’, ‘이끼’ 등에서도 영상화를 거칠 때마다 흥행작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치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인물 설정과 시대상 묘사가 극의 사실감을 극대화한 영향이 크다. 윤 작가는 ‘파인’ 집필 당시에도 목포와 신안 일대를 돌며 발굴작업에 참여했던 주민과 가족들을 만났고, 드론업체를 섭외해 현장 곳곳을 촬영하며 철저한 고증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1975∼1977년 신안선 사건과 관련된 모든 뉴스를 다 읽고 저장해둔 다음에 골동품에 대한 여러 책들을 메모하고, 관련 종사자들을 인터뷰했다”고 전했다. 사전 조사로 머릿속에 배경이 자리 잡은 뒤에는 바로 스토리를 쓰는 게 아니라 인물 설정에 들어간다. 주요 등장인물의 출생지와 연도부터 신체 사이즈와 성격, 부모님 직업까지 미리 정해 둘 정도다.
윤 작가는 “엑셀 파일로 각 인물의 연령별 사건을 만들고, 당시 해당 연도에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 완벽하게 설정하는 데 이 작업만 반년 넘게 걸린다”며 “허구의 사실이라도 캐릭터가 허공에서 맴돌지 않고 독자들이 실제 있었던 일로 느끼려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했다.
윤 작가는 현재 웹툰 ‘미생’ 시즌3와 함께 드라마 ‘이끼’의 시나리오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파인: 촌뜨기들’의 시즌2 제작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아직도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면, 신안 다음 도굴과 관련한 소재로 3부작까지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