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13일 오스트리아 빈 콘체르트하우스. 러시아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의 바르톡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가 끝난 후 피아노 건반 일부가 검붉게 물들었다. 당일 베어서 치료를 받았던 피아니스트 손가락에서 격한 연주 중 다시 피가 흘러나와 벌어진 일이었다. “청중을 실망시킬 순 없었다. 음악이 저를 이끌었다”고 그날을 회상한 피아니스트가 바로 예핌 브론프먼, 데뷔 5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중 피아니스트’다.
협연 아닌 독주회로는 25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서는 브론프먼은 19일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그 순간에는 멈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음악이 저를 이끌었고, 관객과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그 연결을 놓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75년 17세 때 뉴욕필하모닉과 협연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브론프먼은 음악 인생 50년 중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부상, 어려운 레퍼토리, 자기 의심 등 많은 도전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음악 그 자체가 언제나 저를 일으켜 세웠다”며 “피아노와 내가 사랑하는 작품들로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를 통해 브론프먼은 슈만, 브람스, 드뷔시, 프로코피예프에 이르는 레퍼토리로 낭만주의에서 근대 러시아 피아니즘까지 아우르는 음악세계를 선보인다. 프로그램은 슈만의 ‘아라베스크 C장조, Op.18’,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 f단조, Op.5’, 드뷔시의 ‘영상 제2권, L.111’,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7번 B♭장조, Op.83’으로 구성돼 있다. 서정과 열정, 빛과 색채, 전쟁의 강렬한 에너지가 교차하는 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