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사위기에 처한 석유화학산업 재편에 착수했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대책은 기업들이 시설 통폐합이나 자발적 인수합병(M&A) 등 자구노력에 나설 경우 금융·세제 등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는 게 핵심이다. 석유화학업계도 협약식에서 270만~370만t 규모(전체 생산능력의 18∼25%)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감축하고 고부가·친환경제품 전환 등도 약속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민·관이 힘을 합쳐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니 다행이다.
국내 5대 기간산업인 석유화학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다. 한때 영업이익이 1조원을 웃돌았던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 여천NCC가 부도 직전 대주주의 자금 수혈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정도다. 석유화학업체들의 설비 가동률이 뚝 떨어졌고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도 속출한다. 이대로라면 3년 내 국내 기업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보스턴컨설팅그룹)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번 위기는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에 글로벌 수요부진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석유화학은 원유에서 플라스틱과 합성섬유의 기초소재를 뽑아내는 것인데 중국이 수년전부터 러시아에서 원유를 싼값에 들여와 저가공세를 펼쳤다. 한국의 3분의 1 원가로 제품을 생산하는 중동 산유국까지 가세하니 국내업체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