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재학증명서 필요해요.” 내가 이화여자대학교 언어교육원 행정조교로 일할 때 중국 유학생들에게서 가장 자주 받았던 이메일 요청이었다. 이런 이메일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문제 없어 보이지만 막상 열어보면 이름도 없고, 학번도 없고, 소속 반도 빠져 있다.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으니 당연히 행정 처리를 진행할 수 없다. 이럴 때 나는 “이름, 학번, 반을 알려주세요”라고 다시 회신해야 했다. 간단한 요청 하나를 처리하는 데 이메일을 서너 번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업무의 비효율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대학에서는 이메일이 가장 기본적인 소통 수단이다. 수업, 출결, 비자, 장학금 등 중요한 안내는 대부분 이메일로 전달되며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공식 행정 절차로 간주된다. 메일은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기록이 남는 지면상 소통이다. 하지만 많은 중국 유학생들은 이메일을 거의 메신저처럼 사용한다. 이 앱들의 인터페이스는 마치 채팅창처럼 구성되어 있다. 메일이 말풍선 형식으로 보이고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도 채팅하듯 간단한 문장을 툭툭 던지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이름이나 학번, 소속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 인사말이나 맺음말도 빠져 있는 경우가 흔하다.
중국 학생들은 중요한 소식이라면 당연히 위챗이나 단체 채팅방에서 전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메일을 매일 확인하지 않고 알림 설정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메일보다 빠른 반응과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한 플랫폼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통 방식의 차이는 갈등을 낳는다. 중국 학생들은 “왜 한국의 행정은 이렇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인가”라고 느끼고 한국 측 행정 담당자들은 “학생이 기본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으며 책임감이 부족하다”라고 판단한다. 그 결과 단순한 서류 요청이나 수업 관련 공지 하나도 원활히 전달되지 못하고 업무가 반복되며 쓸데없는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된다.
탕자자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