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사람 죽어도 벌금 7000만원”… 중대재해법 유명무실

입법조사처, 중대재해법 솜방망이 처벌 지적
“중대재해처벌법 합동수사단 등 검토해야”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자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사고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간 중대재해로 법인에 부과된 벌금은 이례적인 사건을 제외하면 평균 7280만원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를 28일 발표했다. 중대재해법은 2022년 1월 27일 시행됐다. 산재 사망자는 2020년 2062명, 2021년 2080명,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지난해 2098명으로 매년 2000명을 웃돌며 줄지 않고 있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영향분석 보고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재해자는 오히려 늘었다. 2020년 10만8379명, 2021년 12만2713명, 2022년 13만348명, 2023년 13만6796명, 작년 14만2771명의 재해자가 매년 발생했다.

 

책임자 처벌은 처리 지연 등으로 미진한 모습이다. 법 시행부터 지난달 24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보고 건수는 총 2986건이다. 이 중에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로 의심되는 수사한 건은 1252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276건이다.

 

입법조사처는 처리 지연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수사 대상이 된 중대재해 125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917건(73.2%)이 고용부와 검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을 초과해 처리된 지연 비율은 고용부 50.0%, 검찰 56.8%로 다른 범죄(10.3∼14.6%)보다 처리 속도가 느렸다.

 

재판에 넘어가도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검찰은 고용부로부터 넘겨받은 276건 중 121건을 기소했고, 이 중 1심 판결이 나온 56명 중 6명은 무죄, 50명은 유죄였다.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3.1%)보다 3배 넘게 높았다. 중대재해처벌법 특성상 여러 입증이 필요해 법원의 엄격한 증거재판주의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 부과된 벌금은 법인 50건 평균 1억1140만원이었다. 20억원의 벌금이 선고된 이례적인 사건을 제외하면 벌금은 평균 728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동영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제대로 된 양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는 검찰·경찰·고용부가 협업하는 ‘중대재해처벌법 합동수사단’(가칭)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 지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외에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의 질적·양적 확대, 매출액 이익 연동 벌금제 등 경제적 제재, 시장 논리에 따른 인센티브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