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전쟁/ 라르스 셀란데르/ 정홍용 옮김/ 플래닛미디어/ 2만9800원
지난 6월1일,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18개월간 비밀리에 준비한 드론 특수작전, 일명 ‘스파이드 웹 작전’을 감행했다. 수백대의 소형 자폭 드론을 러시아 본토 깊숙한 전략 공군기지 인근에 위장 배치한 뒤 원격 조정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공습한 것이다. 러시아의 Tu-95, Tu-160 전략폭격기,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있는 군사기지를 초토화한 이 작전은 단순한 군사적 타격 이상의 전략적 함의를 지닌다. 값싼 상용 자폭 드론을 활용해 적국의 핵심 전력 자산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소형 드론이 기존의 고가 대형 무기체계 중심의 전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첫 사례다. 전투기 조종사가 하늘을 가르며 싸우는 게 아니라 기지에 앉은 오퍼레이터가 모니터 앞에서 버튼을 누르는 ‘드론 전쟁 시대’를 예고한 상징적 장면이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전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천대 규모의 드론군 창설과 100만대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드론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도 해병대 내 공격 드론 부대를 창설하는 등 각국이 드론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정밀 타격 능력까지 갖춘 상용 드론이 고가 대형 무기체계를 대체하는 동시에 현대전에서 필수불가결한 전략자산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스웨덴 출신의 군사·안보 전문가인 저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드론기술 중심의 현대전 양상을 자세히 소개한다. 저비용, 저위험, 고효율의 저가 소형 드론이 전쟁터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과 국제법 등 법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파생되는 문제도 짚는다.
미국이 파키스탄에서 벌인 드론을 활용한 대테러 작전은 드론전의 ‘명과 암’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4년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처음으로 드론을 활용해 알카에다 간부를 표적으로 삼은 작전을 개시한 이후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군 드론 공습을 받았다.
책에 따르면, 미군 조종사는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에서 모니터를 응시한다. 그의 눈앞에는 파키스탄 산악지대의 건물이 드론 카메라에 포착돼 있다. 몇 차례 클릭과 버튼 조작이 이어지고, 곧 미사일이 발사된다. 수천㎞ 떨어진 목표물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러한 ‘원격 살상’은 테러조직 지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민가를 덮쳐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이 불타고 무고한 민간인 희생이 잇따랐다. 버튼 하나로 타국의 영토와 생명을 침해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병사들의 위험은 줄었지만, 전쟁의 문턱이 낮아지고 예기치 않은 피해가 뒤따르는 부작용도 크다.
드론 조종사의 심리적 변화도 눈여결 볼 대목이다. 어떤 조종사는 자신이 버튼 하나로 생명을 끊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한다. 또 다른 조종사들은 담담하게 “비디오 게임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모니터 속 점을 따라가며 목표를 맞히는 행위가 실제 살상이라는 현실감각을 흐려져 버린 것이다. 전쟁의 윤리적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전투행위를 ‘일상적 업무’로 전락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