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적 접촉을 합의하고 했다는 교수의 말을 믿고 성범죄 피해 여성의 진술을 배척한 채 사건을 불송치해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받은 가운데 신고 당시의 긴박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29일 사건 피해자 측 동의를 얻어 확인한 당시 신고 내용을 보면 전북의 한 사립대학교 A교수로부터 지난 6월 중순께 고창군의 한 주택에서 강제추행 등을 당한 B씨는 화장실로 대피해 112에 문자를 보냈다.
B씨는 자신이 외딴곳에 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리면서 "여기 핸드폰이 잘 안 터져요.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센터 상담사는 당시 B씨의 상태에 대해 "불안과 우울 등 부정적인 정서에 압도돼 있어 자살 위험성이 높다"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혼란이 상당하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A교수는 신고 당일 B씨에게 늦은 시간에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계속 연락을 시도했다.
여기에 "사업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하거나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용서를 구하며 이해해달라는 식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 당시의 정황과 피해 진술, 전문기관의 보고서 등을 외면한 채 "동의하에 했다"는 A교수의 진술을 신뢰해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이에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기록을 검토한 끝에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전북경찰청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피의자의 지위 등을 의식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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