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확대 요구가 시장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어젠다(의제) 해결을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서면질의서를 통해 ‘새 정부 출범 후 금융권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답변했다. ‘이재명정부 금융정책의 금융사 책임 강화 기조를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는 같은 당 김재섭 의원의 질의에는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라 서민·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은 가중된 반면, 은행은 담보·보증에 기댄 손쉬운 대출 영업을 통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비판이 있다”며 “은행권의 자체적인 상생금융 노력이 국민의 눈높이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연일 상생금융을 내세우며 은행과 보험, 제2금융권 등 사실상 대한민국 금융권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상생금융의 압박에 금융권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국내 시중은행장들과 첫 상견례를 가졌을 때도 “금융범죄는 엄정히 대응하겠다”거나 “개인정보 유출, 직원 횡령 등 금융사고는 은행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등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은행권을 긴장시켰다.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이 원장은 국내 은행들이 생산적 금융 공급을 소홀히 하는 점 또한 질타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날 선 반응에 은행권은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전방위 감독권을 지닌 금감원장이 첫 상견례에서 주어진 화두와 태도가 일반적으로 임기 동안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임자였던 이복현 전 금감원장도 취임 후 가진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을 직격했고, 이후 임기 내내 은행권의 고금리 관행을 저격하는 발언과 정책들이 이어졌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이 원장의 언급만 봐도 은행권의 이자장사와 내부통제에 관해선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아마 저축은행과 카드사들과의 상견례에서도 고금리에 대한 지적과 상생금융을 향한 압박이 어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임과 함께 시중은행 및 보험사들을 만난 이 원장은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지향하는 저축은행(4일)과 카드(16일)사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예금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된 이날 하나은행 본점을 방문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권의 높은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영업 관행을 지적했다.
그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권만 높은 수익성을 누린다는 비판을 무시할 수 없다”며 “기준금리가 인하되는데 국민이 체감하는 예대금리차가 계속된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