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글을 써야 하나? 아니면 그만두어야 하나? 아침에 일어나면 늘 드는 생각. 그러나 그 생각은 끝없이 고도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보다는 글쓰기를 게을리한 자기반성에 더 가까운 깊은 낭패감. 아마도 사뮈엘 베케트 역시 그 희곡을 썼을 때 나처럼 절망의 끄트머리에 서 있었을 거야.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오리라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 그것은 마지막 희망이었을까? 아니면 덧없음의 절망에 대한 절망이었을까? 그 차이는 신과 자신만이 아는 일. 그 안에 한 그루 나무라도 심지 않으면 점점점 고도가 되어갈 것 같은 이 시대, 나는 조금 미친 사람이 되어 고도의 문을 활짝 연다.
그사이로 밤새 귀뚜라미들은 울고, 대추나무엔 대추들이 송골송골 맺히고, 내게 남은 아주 작은 사랑은 포도처럼 으깨져 와인이 되고, 그 위를 맴도는 검은 독수리 떼.
그들을 의식하면서도 나는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노트북 곁으로 하나둘씩 내려앉는 독수리 떼. 매섭고 날카로운 그들의 부리, 무엇이든 쪼아 먹을 것 같고, 무엇이든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그들의 부리부리한 눈동자. 그 모든 게 절망처럼 깊고 어둡다. 칠흑 같은 밤처럼 아름답다. 한번 빠지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고도. 그 속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작고 작아서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은 내 사랑. 그 사랑을 보듬으며 자판을 두드린다.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그러다 책꽂이에서 로르카의 시집을 꺼내 그중 한 편의 시를 읽는다. ‘투우장에서의 죽음’. 나는 그 시를 읽을 때마다 제목을 ‘오후 다섯 시’로 바꾸어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