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태 수도’ 전남 순천시가 1000만명이 방문해 성공적으로 치러낸 정원박람회에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도시 비전을 제시했다. 인구 감소,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환경에서 순천시는 문화콘텐츠, 우주방산, 그린바이오라는 새로운 3대 도시 경제 축을 내걸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는 치유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 새로운 관광인구와 관계인구를 확보하고 순천을 남해안의 거점 치유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세계의 기업들과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도록 웹툰·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등 문화콘텐츠 산업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지고 있다”며 “국내 최대 규모의 우주 발사체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방산과 로봇 등 미래 신성장 산업과 함께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을 통해 순천을 남해안 바이오산업을 이끌 중심지로 변화시켜 새로운 순천을 열겠다”고 말했다.
◆생태도시 20년, 뚝심으로 만들어 낸 도시 혁신
◆문화콘텐츠·우주방산·그린바이오 3대 성장축
현재 전남은 22개 시·군 중 순천과 광양을 제외한 20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역경제를 특정 산업군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을 맞이한 것이다.
순천시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콘텐츠, 우주·방산, 그린바이오라는 3대 산업축을 새롭게 세웠다. 우선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는 국가정원과 원도심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과 웹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로커스, 케나즈 등의 기업이 등기 이전을 마무리했으며, 20여개 콘텐츠 기업이 원도심 내 빈 상가를 리모델링해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는 ‘뽀롱뽀롱 뽀로로’를 제작한 ㈜아이코닉스와의 협약으로 인기 캐릭터인 ‘잔망루피’와 순천만국가정원을 콜라보한 ‘잔망럭케이션’을 선보이면서 평균 관람객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정원과 문화의 시너지가 폭발하고 있는 셈인데 순천시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 ‘올텐가’를 개최해 시민과 기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적 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우주·방산 산업은 지난 5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체 단조립장의 준공을 계기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순천시는 위성데이터센터와 엔진시험 추진시설, 방산클러스터 유치 등 첨단 인프라 확충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산업 역시 승주 지역을 중심으로 그린바이오 전진기지가 조성되고 있다. 전남형 균형발전 300 프로젝트와 바이오 특화 지식산업센터 건립 계획이 추진되는 가운데 순천의 친환경 농업 기반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농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웰니스 등 ‘치유산업’ 비전 제시도
순천시는 습지와 정원이라는 생태경제 그리고 지역경제를 다각화할 3대 산업에 이어 글로벌 수요가 높은 치유산업을 구상하고 있다. 순천만습지와 국가정원, 선암사와 송광사, 용계산 치유의 숲 같은 지역의 자원을 단순한 관광자원으로 소비하지 않고, 웰니스(Wellness)와 치유(Healing)를 결합한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핵심 거점은 2026년 하반기 착공 예정인 갯벌치유플랫폼이다. 순천만의 독보적인 생태 자원을 기반으로 조성될 이 시설은 단순한 체험 공간을 넘어 순천시가 추진하는 ‘체류형 치유산업 생태계’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순천만 갯벌치유관광플랫폼은 람사르 협약 원칙에 근거해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으로 설계되며, ‘갯벌 명상’, ‘탐조 치유’, ‘사운드 워킹’, ‘생태 기반 호흡 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수준을 넘어, 숙박·체류형 치유산업 생태계로 확장하겠다는 것이 순천시의 목표다.
순천시의 이러한 구상은 세계 웰니스 시장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글로벌 웰니스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 웰니스 산업 규모는 약 7000조원에 달하며, 연평균 9% 이상 성장할 초대형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파고 이후 건강·힐링·자연 친화적 체험을 찾는 ‘웰니스 관광’ 부문은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순천시는 인구 1만8000명에 불과한 독일의 바트 뵈르스호펜이 매년 90만명 이상의 웰니스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다층적인 자원을 보유한 순천이 남해안을 대표하는 치유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노관규 순천시장 “콘텐츠 25개사 투자 협약 …지역 고용·상권 활력 기대”
“콘텐츠 기업들의 클러스터 입주는 쇠락하는 원도심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는 침술 전략이 될 것입니다.”
노관규(사진) 전남 순천시장은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지역에서 돈을 벌고, 학생들은 일자리를 찾으며 원도심 상권은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 시장은 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지역기업 6군데, 관외 기업 19개까지 총 25개사와 투자협약을 맺었다”며 “관외 기업들의 투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순천시의 도시 이미지와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순천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원도심 권역 내에 조성하는 애니메이션·웹툰 클러스터에 지난 7월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올 연말이면 모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입주 공간은 순천시가 원도심 내 건물주들과 협의해 빈 건물을 리모델링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상생협약을 통해 마련했다.
순천시는 ‘대한민국 생태수도’ 선언 이후 정원 조성에 나서며 개발보다는 과감하게 다른 길을 걸어왔다. 노 시장은 “처음 생태수도라는 말을 쓸 땐 천지가 논이고 들인데 웬 정원이냐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며 “그러나 지금 순천은 생태와 경제가 손잡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모든 도시가 따라 하고 싶은 도시가 됐다”고 자평했다. 여기에 이미 순천은 생태와 정원의 도시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고, 3대 산업 기반 위에 치유산업이 더해진다. 노 시장은 순천이 가진 천혜의 자원들을 연결해 불가피한 인구소멸의 시대에 관계인구와 관광인구를 확보하고 도시의 경제 구조를 재편할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현재 골조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신청사는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사무실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노 시장은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타 지자체의 청사와 달리 순천은 원도심에 있는 기존 청사부지와 인근 부지를 최대로 활용해 건립 중”이라며 “신청사가 완공되면 시민광장 조성사업과 연계해 사람이 모이는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 시장은 “미래는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과 함께 작지만 강한 도시 순천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