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 등에 업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담판에 나설 가능성과 함께, 핵을 움켜쥔 채 러시아와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지금과 같이 대화 외면 행보를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섰다. 그간 소원했던 북중관계의 완전한 회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핵·미사일의 완성도가 예전과 비교할 바 아니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원만한 상황에서 미국이 통 큰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북미 대화가 북한의 당면 우선순위 과제는 아닐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전승절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체면을 세워준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선물' 챙기기에 우선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본격화하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 등 인적교류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방중 직전 미사일 연구소를 방문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자랑한 것도 이번 중국행의 의미를 짐작게 한다. ICBM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해 개발하는 핵무기 투발 수단이다.
북한이 이 시점에 ICBM을 거론한 것은 한미가 목표로 유지하는 비핵화에 대한 완강한 거부를 재확인하고, 핵 능력을 과시한 상태로 중국을 찾아 중국으로부터 이를 인정·지지받겠다는 의도라고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했다.
북한은 특히 '반미 파트너'를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바꾸는 최적의 타이밍을 포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의 가닥을 잡아가는 상황에서 전쟁이 끝나면 더는 러시아에 기대할 바가 많지 않다고 봤으리라는 것이다.
실질적 경제 지원과 대규모 곡물 제공 등으로 북한 내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파트너로는 북한처럼 국제 제재를 겪는 러시아보다는 경제 대국 중국이 적절하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에 대해 "그동안 북한이 러시아와 굉장히 가까워졌는데, 아마 러시아의 한계를 알았을 것"이라고 김 위원장 중국행의 의미를 평가했다.
그간 러시아에 편중된 외교 행보를 펼쳐온 북한이 중국 쪽으로 노선을 트는 과정에서 러시아 측에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 결과 베이징에서 북중러가 모이는 그림이 완성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양 총영사를 지낸 신봉섭 광운대 초빙교수는 "북한은 내부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일차적으로 중국과의 밀착이 급하다"며 "중국도 미국과의 진영 대결에서 하나의 전시용 카드로서 김정은이 나쁘지 않아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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