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보다 흥미 찾길… 공학 중요성 커질 것”

서울공대 최우등 졸업 윤형준·임준희씨

의대 쏠림 현실 속 공학도 길 선택
로봇제어 강화학습 등 연구 예정
“정답 없어 고민하는 과정 매력적”
후배들에 “공대 전망 나쁘지 않아”
“결국 공학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3일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공과대학에서 280명이 학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에서 공대를 둘러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반에서 공부하고, 명문대 공대에 입학해서도 의대 재수를 위해 자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입학생이 850명인데, 여기서 100명 이상이 빠져나가 졸업생은 750명에 그친다”고 말했다.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공학관에서 ‘제79회 후기 학위수여식’ 최우등 졸업생 임준희씨(왼쪽), 윤형준씨가 활짝 웃고 있다. 최상수 기자

이런 흐름 속에서도 공학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두 명의 학생이 있다. 기계공학부 19학번 윤형준(25)씨와 원자핵공학과 21학번 임준희(21)씨다.

두 학생 모두 차세대 핵심 기술을 연구 분야로 택했다.



윤씨는 이달부터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에서 로봇제어 강화학습 분야를 연구할 예정이다. 기계공학부 전공이지만 2학년부터 딥러닝에 관심을 가져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했다. 그는 “강화학습을 이론적인 측면에서 연구할 예정”이라며 “딥시크가 보여준 것처럼 강화학습은 최근 인공지능(AI)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학습은 AI가 정해진 정답을 습득하는 대신 행동 결과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이다.

임씨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석박통합과정에 진학해 원자력 사고 방지를 위한 재료 연구를 할 계획이다. 그는 “AI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자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원자력 발전소를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두 학생이 말하는 공학의 매력은 뚜렷했다.

윤씨는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며 “딥러닝 대회를 나갔을 때 점점 성능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마치 자식을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임씨는 “공학만이 갖고 있는 특징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라며 “기술마다 장단점이 있고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최선의 판단을 내리려 고민하는 과정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학생들이 공대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현실적 분석을 내놨다.

윤씨는 “대학을 간판으로 생각하는 입시 과정과 연관이 있다”며 “성적에 맞춰 들어가고 나서 다른 길을 생각하는 식으로 흘러간다”고 진단했다. 임씨는 “공학이 노력 대비 보상이 적은 편”이라며 “투자가 적으니 공학이 인풋 대비 아웃풋이 안 좋아서 사람들이 더 안정적인 의대나 전문직을 택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이 글로벌 기술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들은 판단했다.

윤씨는 “개인적 측면에서는 한국도 굉장한 경쟁력이 있지만, 혁신적인 스타트업 등장 측면에서 미약하다”며 “안전한 투자만을 선호하는 게 연구자로서 아쉽다”고 했다. 임씨는 “잠재력은 넘쳐나지만 잠재력과 경쟁력은 다르다”며 “연구개발(R&D) 투자 자체의 규모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공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확신에 찬 메시지를 전했다.

윤씨는 “공대에 대한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다”며 “공학에 관심이 있다면 계속 공학자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임씨는 모두가 의대를 선망하는 현실에서도 “안정적인 것만 바라보기보다는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흥미를 느끼는 곳에 갔으면 좋겠다”며 “결국 공학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