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저드슨 부루어/ 최호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만2000원
중독(中毒)은 어떤 물질을 사용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데도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알코올, 니코틴, 코카인 중독이 있다. 문제가 생기고 있음에도 이를 계속한다면 중독으로 의심해야 한다. 미국의 신경과학자이자 중독 심리학자인 저자는 중독을 단순히 알코올이나 니코틴 약물 의존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스마트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음식, 일, 심지어 ‘생각’ 자체까지도 포함해 중독이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중독에는 ‘촉발 요인→행동→보상학습’의 사이클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뇌는 특정 행동과 쾌락적 경험을 연결하고, 이를 반복할수록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이 뇌에서 발생해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행동을 반복해 보상을 얻으려 하는 습관화, 즉 중독이 생긴다는 것이다.
“다니엘은 사진을 찍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은 다음 박물관에 들어가 구경을 하기 시작한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친구들이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사이에 혹시 누가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슬쩍 확인한다. 어쩌면 약간 죄책감이 든 그녀는 친구들이 보기 전에 재빨리 휴대전화를 다시 넣는다. 그러나 몇 분 후, 다시 충동이 일어난다. 그리고 또 일어난다. 그녀는 오후 내내 루브르박물관을 돌아다녔는데, 과연 무엇을 보았을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대신에 그녀는 페이스북 피드에 ‘좋아요’와 댓글이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계속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일은 매일 일어난다.”(88~89쪽)
저자는 요즘 누구나 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 중독도 주요한 사례로 제시한다. 자신이 올린 게시물을 읽고 긍정하고 응원하는 피드백을 받는 경험을 온라인상에서 반복되면서 중독된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관심을 받는 인물이란 것을 더 증명하는 보상을 받기 위해 SNS에 게시물을 더 자주 올린다. 이용자가 ‘좋아요’ 반응을 보일 때 외로움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선호하는 것은 기분 조절을 어렵게 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며 사회적 위축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수시로 SNS에 접속했지만, 나중에는 기분이 더 나빠진다는 것. 이는 슬플 때 초콜릿을 먹는다고 해서 슬픔을 유발한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애초에 이용자를 우울하게 한 원인을 SNS가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 중독은 쾌락의 추구라기보다 ‘갈망의 반복’이 만들어낸 신경 회로의 강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중독의 심각성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성인의 23%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20대 청년층은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휴대전화에 소비하며, 알림 소리에 즉각 반응하지 못하면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음식 중독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이제는 중독이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진 보편적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