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개국 작가들, 공동체와 숨쉬는 ‘공예의 본질’ 되묻다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1300여명 2500여 작품 선보여
11월2일까지 60일간 ‘대장정’
과잉의 시대 느린삶의 가치 조명

이시평 ‘일지 Log’ 공모전 대상
홍림회 82명 의성 산불 작품화도
청주시, 세계 공예 도시로 우뚝

“사랑하면 공예하세요.”

7일 충북 청주시 문화제조창 3층에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알리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1999년부터 격년제로 치러져 올해 14회를 맞는 이번 비엔날레는 72개국 작가 1300여명, 250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문화제조창과 청주시 일원에서 이달 4일 개막해 11월2일까지 60일간 열린다.

경북 의성 산불로 불에 탄 나무를 활용한 작품 'Bench02.'

우선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는 71개국 990점의 작품이 경쟁했다. 대상 작품 ‘일지 Log’ 이시평 작가에 이어 독일과 브라질, 프랑스, 영국, 중국 등지 참가자들이 수상했다. 대상작은 나무 위에 금속 통이 구르며 내는 소리와 움직임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한다. 이시평 작가는 “아버지께서 다닌 폐교된 초등학교에서 오래된 의자에 박힌 못이나 철 주변에 녹물이 스며들어서 까맣게 변하게 된 것을 보곤 했다”며 “금속을 산화시키고 그 밑에 나무의 구조에 금속물이 스며들면서 시간성을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촉각?청각?공감각적인 요소들이 작품에 개입되면 의미를 더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본 전시는 보편문명이 어떻게 탐미주의를 거쳐 공동체와 함께하는지를 148명의 작품으로 보여준다. 과잉의 시대에 내면과 탐미의 세계로 향하는 느린 삶으로서 공예의 가치를 주목했다. 유스티나 스몰렌(폴란드)은 버려진 도자기, 조개껍데기, 일상 물건의 파편 등을 조합해 ‘조개’와 ‘히드라’ 등으로 구현했다.

홍림회 소속작가 82명은 지난 3월 경북 의성 산불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산불에 탄 갈라진 나뭇결을 살려 재구성한 의자는 불에 타오른 흔적으로 당시를 속삭인다. 오준식 홍림회장은 “대형 산불이 덮친 천년고찰 고운사의 잔해에서 시작해 지팡이라는 인간을 위한 도구를 만들었다”며 “자연의 재료를 다루는 공예의 본질을 되묻고 환경과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고 전했다.

2025 청주공예공모전 대상을 받은 이시평 작가가 대상 작품 ‘일지 Log’를 설명하고 있다. 청주=윤교근 기자
폴란드 작가 유스티나 스몰렌은 버려지거나 일상의 물건의 파편을 조합해 조개 등의 작품으로 승화했다. 청주=윤교근 기자

청주시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공예도시로 꼽힌다. 세계공예협회가 인증한 국내 유일 공예 도시다. 지난해부터는 키르기스스탄공화국에 공예 관련 개발원조(ODA)를 진행하다 올해 특별전을 연다. 초대국가전에서 태국 작가들은 ‘유연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며 9~14일 태국 문화 주간도 펼쳐진다. 여기에 현대자동차와 협력한 특별전과 성파 스님의 ‘성파선예전’이 이어진다. 국제공예포럼과, 국제공예워크숍 등 국제 학술 행사로 세계 공예인들의 협력과 공예문화 향유도 이어간다.

강재영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은 “공예의 본질적 가치를 찾고 위험하고 자학적인 우리의 일상에서 새로운 공예 가능성과 대안적인 실천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보편문명, 내면, 명상, 탐미, 집단의 무의식과 문화 등을 표현하는 공동체와 함께하는 공예를 조망한다”고 말했다.